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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조원 사장 "KAI가 한국판 '록히드마틴' 될 수 있도록 국산 헬기 애용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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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조원 사장 "KAI가 한국판 '록히드마틴' 될 수 있도록 국산 헬기 애용해 달라"

3조 원 이상 투자해 만든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구매 절실
독자 요소기술 개발 강조…국내 외면 땐 매몰비용으로 전락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미지 확대보기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제 국내에서도 록히드마틴이나 보잉처럼 글로벌 방위산업체가 등장해야 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Korea Aerospace Industries)은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KAI가 글로벌 방산업체가 되기 위해 3조원 이상 투자해 만든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구매하는 분위기가 최우선 돼야 합니다."

김조원 KAI 사장은 지난 15일 경남 사천 KAI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경남을 방문해 국산품 헬기를 애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이 이러한 호소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분위기를 꼬집은 대목이다. KAI가 3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해 수리온을 만들었지만 정작 국내에서 외면당해 막대한 투자가 자칫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KAI는 1999년 10월 1일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을 통합해 출범한 항공기 종합 개발 업체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KAI는 우리 기술력으로 항공기부품, 헬기, 인공위성 발사체,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했고 다목적 전투기, 정찰용 무인기, 국산 기동헬기 등을 개발·양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리온은 KAI의 '자랑거리'중 하나다.

수리온은 독수리의 용맹함과 빠른 기동성을 뜻하는 ‘수리’와 100이란 뜻의 순우리말 ‘온’을 결합한 명칭이다. 특히 수리온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97개 주요 부품 가운데 71개를 국산화해 100% 국산화의 길을 성큼성큼 걷고 있다.

첨단기술화도 수리온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수리온은 영하 32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분당 150m 이상 속도로 수직 상승할 수 있고 2700여m 상공에서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다. 또한 게처럼 옆으로 날거나 후진 비행, S자 형태의 전진 비행도 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이에 따라 수리온은 군사용은 물론 관용(官用), 민간용 헬기로 각종 재난구조나 수색 등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 그 어떤 외국산 헬기에 비해 성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한국은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덕분에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으로 발돋움했다"며 "KAI는 수리온을 현재 90대까지 납품했으며 앞으로 2022년까지 72대를 추가 납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스런 기술로 태어난 수리온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림청, 소방청, 경찰청 등 정부기관과 지자체에서 활용하는 헬기 가운데 90% 이상이 외국산 헬기라는 점이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헬기를 구매할 때 구매입찰조건에 수리온이 참가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수리온이 지난달 전국을 깜짝 놀라게 만든 강원도 산불 현장에 투입돼 뛰어난 기동성과 우수성을 입증했다"며 "정부와 국회가 수리온 구매를 적극 장려하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취임 3년차를 맞는 김 사장은 수리온 판매 장려 못지 않게 KAI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업체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2017년 10월 KAI 사령탑을 맡은 그는 회사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 차별화된 독자기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KAI 공장 곳곳에는 '2030년 매출 20조원, 세계 5위 항공우주 체계종합업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KAI는 올해 초 군수 사업에 머물지 않고 민수 사업과 미래형 무인이동체 등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해 2030년까지 국가 항공우주산업을 연간 20조원 규모로 키우고 강소기업 1000여개를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올해부터 보잉 등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가 인정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군용기 뿐 아니라 보잉,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업체 기체를 만들고 있는 KAI로서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이와 함께 KAI는 건군 이래 최대 예산이 투입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KF-X 사업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8조 원을 투입해 노후화된 공군 전투기를 대체할 4.5세대급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KAI는 지난 2월 KF-X 시제 1호기 전방동체 주요기골인 벌크헤드(Bulk Head:전투기가 고속 비행할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부터 항공기 변형을 방지하는 구조물) 가공에 착수했다. 또한 KF-X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에 필요한 통합 소프트웨어 시험장비를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납품했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업체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최우선이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채용해 '방산 인프라'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KAI가 지방인 사천에 있다는 점 때문에 우수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한국을 글로벌 방산업체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우수인력이 떠나지 않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사장의 열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의 경영성적표는 ‘A’학점이다.

KAI는 지난해 매출액이 2조7860억 원, 영업이익이 146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7년에 비해 무려 34.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17년 2000억 원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김 사장은 올해도 여세를 몰아 매출액이 3조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2000억 원대가 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다.


박상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