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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美, 화웨이 숨통 조이기…'하이테크 신냉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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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美, 화웨이 숨통 조이기…'하이테크 신냉전' 예고

중국도 미국과 장기전 채비…새 국제질서 기점될 전망

중국 화웨이사.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화웨이사.
‘미국의 화웨이 숨통조이기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아니면 이전투구 양상의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인가.’

24일(현지 시간) JB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더욱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기술 이전 금지 리스트에 화웨이를 포함시키면서 전세계를 동요시키고 있다. 각국 기업과 글로벌시장이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선택지를 강요받은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화웨이 관련기업은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와 일본 법인을 포함한 69개사다. 수출회사가 수출허가를 받지 않는 한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외국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결국 화웨이는 미국기업으로부터 부품조달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미국 기업만이 아니라 일본기업을 포함한 외국기업도 미국기업의 기술을 25% 이상 사용한 부품을 화웨이 기업에 팔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기업과 공동 연구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 대학 등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훼손할 가능성만 있다해도 미국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

미국은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하이테크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완전하게 축출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번 금수조치를 통해 '화웨이 제국'을 붕괴시키고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를 좌절시켜 중국 통신패권 야망을 분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화웨이 붕괴는 미중 간 헤게모니 쟁탈전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대 요소인 것이다.

이미 이것은 무역분쟁도, 시장 쟁탈전도 아니 전쟁이다. 그것도 전 세계를 휩쓸어 넣는 세계대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화웨이도, 중국도 철저한 항전 태세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승부의 예측이 쉽사리 내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쪽도 멋진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화웨이가 발표한 주요 공급업체 92개사 중 33개사가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주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다. 25개사는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비야디(BYD)와 징둥팡과학기술그룹(京東方科技集団∙BOE) 등 중국 LCD 배터리 기업이며 11개사는 무라타제작소와 도시바스토리지, 소니, 미쓰비시전기 등 주로 카메라, 전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이다. 또한 10개사는 홍하이, TSMC 등 타이완 기업이다.
이같이 미국의 의존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베이스밴드칩, 무선칩, 스트레지 등 핵심적인 부품을 미국으로부터 조달받고 있기 때문에 부품조달에 차질이 있으면 화웨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다.

다만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해온 메이커 하이실리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문제는 모든 화웨이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하이실리콘이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5년 화웨이의 반도체 구입비용은 140억 달러였으며 이중 퀄컴이 18억 달러, 인텔 6억8000만 달러, 브로드컴 6억 달러를 차지했다. 단기적으로 이 정도 규모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조달할 수 없다면 생산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하이실리콘 허팅보(何庭波) 최고경영자는 "수년 전부터 지금과 같은 모든 미국 선진적 반도체와 그 기술을 얻을 수 없는 사태를 상정해서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 위기를 예견하고 핵심적 반도체 재고 1년분을 비축해놓았다.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1년 정도만 견딜 예정으로 재고도, 대체기술도 준비해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허 데이터 통계회사 이플리틱스(Iplytics)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5세대(5G) 표준에 필요한 특허총량은 6만건 이상이다. 중국기업이 신청하고 있는 5G 특허는 35%이며 이중 화웨이가 15%를 차지한다. 더욱이 화웨이가 1년분의 미국 제품을 비축해 놓고 있다면 화웨이는 단기적 영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화웨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1년 이상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이플리틱스의 진단이다.

미국 측의 최대 강점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반도체 설비 장비 및 검사 장비, 재료 등이 아직 자체적으로 제조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5년이나 10년 후에는 자체적인 제조시설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앞으로 5년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며 이 기간 동안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이 미국주도의 공급망으로부터 축출되면서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자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다.

어쨌든 미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 크게 둔화되고 그 경쟁력이 쇠퇴할 것이고 중국 화웨이 제국의 영향력은 크게 축소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와 국민들이 화웨이를 지지한다면 화웨이가 단기간에 도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미중 간 하이테크 패권 쟁탈전은 세계 통신시스템과 인프라를 양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시스템의 양분화는 막대한 효율의 손실이다"면서 "단순히 통신 시스템과 인프라가 미국 표준 또는 중국 표준으로 이분화되는 것과 함께 철의 장막이 처지는 냉전구조와 같이 경제, 무역, 금융뿐만 아니라 가치관, 안전보장, 질서, 국제룰에서도 세계를 양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국제질서의 새로운 기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