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의 퇴진은 영국의 EU 이탈 문제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것이 아니라, EU가 오랫동안 악몽이라고 여겨온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위험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이는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전 외무 장관이 이끄는 새 정부의 탄생을 두고 예견되는 평가다.
"메이 총리의 정책은 예측 가능하고, 비록 일부 단점이 엿보이긴 했어도 명확한 전략이 있었다"고 대부분의 EU 정상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존슨은 EU를 파괴하고 싶은 단순한 거짓말쟁이 포퓰리스트(populist)라는 인식만 지니고 있다.
실제 지난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존슨은 "조건이 좋은 합의를 얻는 방법은 합의없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라며, 10월 말의 기한을 가진 합의의 유무에 관계없이, 영국의 EU 이탈을 확신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존슨은 메이 총리의 퇴진 표명 이후 자신이 차기 총리가 되면 합의없는 EU 이탈을 준비하면서,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둘러싼 유해한 '백스톱(Backstop)' 조치를 다시 협상하기 위해 브뤼셀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언. EU가 거부하면 합의없는 이탈을 단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해, EU의 우려를 자극시키고 있다.
존슨에 대한 EU 측의 우려는 생각보다 뿌리 깊다. 그는 1989년부터 94년까지 영국 신문 데일리텔레그래프의 특파원으로 브뤼셀에 주재했지만, 항상 뒷받침이 명확하지 않은 과장된 제목의 기사로 반EU 정서를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2016년 EU의 야심을 나치 독일의 히틀러 총통에 비유해 EU 국가들의 울분을 부추겼다.
이러한 경위가 있기 때문에, "존슨과의 협상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여러 EU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중 관계자 1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의 영국 이탈 교섭 담당자는 이미 존슨이 이끄는 영국 정부에 대처하는 대책을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존슨은 합의의 재협상을 거부하여 EU의 자세를 경화시켜, EU 정상이 더 이상 이탈 연기를 인정할 가능성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