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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기술 도용'이 성장 밑거름?… 미·중 무역분쟁 속 의혹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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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기술 도용'이 성장 밑거름?… 미·중 무역분쟁 속 의혹 일파만파

2003년 시스코 기술 복제… ‘프로그램 버그까지 똑같아’
런정페이·에릭 쉬 등 대표 연루 의혹…"경쟁사 기술 존중"
화웨이 “모든 경쟁업체의 지적재산권 존중” 반박

미국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의 과거 기술 복제·절취 정황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의 과거 기술 복제·절취 정황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화웨이의 배경에 미국의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술을 몰래 복제하거나 도용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폭로됐다. 그동안 중국의 이 같은 행위를 뻔히 지켜 보면서도 중국시장 진출길이 막힐까 봐 쉬쉬했던 미국 IT기업들의 사례가 미·중 무역분쟁 격화를 계기로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본 통신관련 기업과 기술에는 시스코(라우터·서로 다른 인터넷 통신망 연결로 이메일을 전송해 주는 장치), 모토로라(무선통신 장비 기술), T모바일(스마트폰 테스트용 로봇기술), C넥스(CNEX)랩스(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이 망라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25일(현지 시간) 지난 2003년부터 수 차례 불거진 화웨이와 다른 기업 간 기술 복제 절취 소송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003년부터 시스코, 모토로라, T모바일, C넥스랩스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기술 복제와 절취 등의 혐의로 기소당했다.
시스코는 지난 2003년 라우터 등에 대한 지적재산을 불법 복제했다며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시스코는 당시 소장을 통해 화웨이가 시스코 라우터 프로그램을 훔쳐 라우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시스코의 기술 매뉴얼의 오타는 물론 프로그램의 결함(버그)까지 복제했다고 밝혔다.

2010년에는 모토로라가 화웨이의 기술 탈취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3년 전 모토로라에서 10년간 일하던 중국계 직원인 판샤오웨이를 비롯한 중국계 직원 3명이 무선 통신장비 기술을 빼돌려 화웨이에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판샤오웨이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친척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빼돌린 무선 통신장비 관련 기술을 사용해 유사 제품을 만든 뒤 개발도상국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은 판샤오웨이와 이에 동참한 중국계 직원을 체포했으며, 런 회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모바일은 2014년에 화웨이를 고소했다. 화웨이 직원 2명이 시애틀에 있는 T모바일 연구소에서 ‘태피(Tappy)라는 스마트폰 테스트 로봇 기술을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모바일은 소송에서 승리해 화웨이로부터 480만달러(약 56억 8000만원)를 배상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스타트업인 C넥스(CNEX)랩스는 고객으로 가장한 화웨이 엔지니어가 컴퓨터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기술을 훔쳤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에서 에릭 쉬(쉬즈쥔) 화웨이 부회장은 기술 절취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한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화웨이의 스웨덴 지사에서 일했던 로버트 리드는 “그들은 기술을 훔치는 데 모든 자원을 사용한다”며 “(장비의) 주회로기판을 훔쳐 중국으로 가져가 역설계한다”고 밝혔다. 한 미국 방첩활동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 내 자사 사무실에 전자 도청을 차단하는 도청방지실을 따로 마련한 뒤 미국인 직원들의 출입을 금지했다”며 “화웨이가 마치 국가 정보기관처럼 정보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최근 연이어 보도되는 이 같은 과거 의혹들에 “우리는 자사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동료, 파트너와 경쟁업체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존중한다”는 답변으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