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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수학이다] 수학 천재가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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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수학이다] 수학 천재가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임채오 원리수학연구소 소장
임채오 원리수학연구소 소장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아주 안쓰러운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수학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수학을 잘하던 학생이 중학교 이상 학년이 되어서 수학을 포기해버리는, '수포자'로 불릴 정도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만나는 때다. 이런 학생들의 특징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만큼 성격도 아주 소극적이고 자신감도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 정도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이런 학생은 초등학생 시절에 학부모가 욕심을 과도하게 내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수학 내용은 학부모가 억지로라도 공부시키고 교과 내용을 달달 외우게 하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그래서 부모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수학 천재가 탄생할 수 있다. 본인과 학부모가 착각을 하게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수학 내용이 까다롭고 암기나 계산력보다는 문제에 대한 이해와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응용문제(문장제)를 만나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못 풀겠다고 손을 놓아버린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다. 교과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식의 계산, 연립방정식, 연립방정식의 활용, 부등식, 부등식의 활용, 일차함수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문장제로 구성되어 있는 연립방정식의 활용과 부등식의 활용에 들어가면 문제도 제대로 읽어 보지 않고 못 풀겠다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쏟아진다.

또한 일차함수에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유는 함수를 알려면 방정식을 알고 있어야 하고 방정식을 제대로 풀려면 식의 계산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시기는 '중2병'으로 불리는 사춘기의 절정기를 달려가기에 공부보다는 외모나 어른 흉내 내기, 게임 등 공부와 거리가 먼 쪽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적은 떨어지고 학부모와 갈등의 시간을 심각하게 보내게 된다. 교과과정은 어렵고 사춘기 절정의 시기, 2에 수포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릴 적부터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수학이라는 과목이 어떤 과목인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수학은 공식을 많이 외우면 잘 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필자 앞에서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는 속으로 웃고 만다. 그 말이 맞는다면 그건 근대 산업화 시기에 많은 것을 암기시켜서 속성으로 인재를 양성하려 했던 그때에는 그랬을 수 있다. 학력고사라고 불리는 대학 입학시험이 있던 그 시절엔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창의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인재를 요구하고 인문학과 공학이 융합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내는 시대다. 이 시대야말로 제대로 된 수학 공부를 한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어릴 적부터 한 문제를 풀더라도 깊은 생각을 하면서 푸는 습관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문제를 푸는 시대가 아니다. 그것도 학생 본인의 창의적인 기법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수학 문제는 절대로 푸는 방법이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 풀기만 하면 되는 과목이 아니다. 푸는 방법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걸 깨우치면 학생은 진정한 수학의 재미에 빠져들 것이다.
수학의 재미를 제대로 맛보게 하라. 그것도 저학년때부터.


임채오 원리수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