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78)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말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지난 50여 년간 전자업계에 몸담으며 제조업을 통해 국가가 급속도로 부강한 나라가 되는 모습을 몸소 지켜봐왔던 경험에 따른 확신이다.
한국 전자산업 발전과정을 몸소 지켜봐온 나 회장은 오늘날 우리나라 전자업계 현주소에 대해 “과거 강한 집념으로 짧은 기간에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혀왔던 우리 전자산업이 최근 정체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구본무(고 LG그룹 전 회장) 등 대기업 2세대까지만 해도 죽기살기로 했던 의지는 3세 경영인이 들어서면서부터 크게 약해졌다"면서 "현 정부도 전자산업을 나라를 부강하게 할 유일한 전략으로 삼고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과거 정부에 비해 (전자산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나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나 회장은 “국내 제조업체가 약 3000개 되는데 90% 가까이가 영세업자다. ‘주 52시간’ 같은 걸 못 박아 두니까 쉴 틈 없이 돌아가야 할 공장이 계속 멈추고 기업들은 높은 임금부담에 해외법인을 국내로 되돌리는데 주저하고 제조업에 자꾸 손을 놓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정부 경제정책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않나. 기업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막이 오른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3차산업혁명까지는 단발적으로 발전했지만 4차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같이 여러 산업이 융‧통합적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지금처럼 단발적인 산업에 초점 맞춰진 규제시스템으로는 시장을 혁신할 신제품 출시는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현실은 백색가전이나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정상이지만 부품분야에서는 일본은 고사하고 대만에게조차 뒤쳐져 있다. 자랑스런 한국산 전자제품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부품은 전부 외국에서 들여온다. 이는 진정한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전자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결국 부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