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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산업 ‘신성장산업’ 선결조건은 ‘사행·귀족산업’ 낙인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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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산업 ‘신성장산업’ 선결조건은 ‘사행·귀족산업’ 낙인 없애기

국회토론회서 이영수 경북대교수 “국민 인식전환·사회적 관심 중요” 강조
경마 의존 불균형 해소, 말산업진흥원 설치도 제시…시장 규모 4조3200억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삼석·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농림축산식품부·한국마사회 후원으로 열린 '말산업 균형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의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삼석·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농림축산식품부·한국마사회 후원으로 열린 '말산업 균형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의 모습.


경마를 사행성 스포츠로, 승마를 상류층 스포츠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반대로 말(馬)의 경제적 가치를 효율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말산업 육성의 사회적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농축산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목적으로 말산업육성법이 제정·시행 됐고, 이어 말산업특구 지정, 1·2차 말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말산업 발전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말산업이 경마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이같은 한국의 경마제도가 전 세계 경마시행 120여개국 가운데 규제를 가장 심하게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시행 중인 말산업육성법이 다른 말산업 관련법과 충돌하며, 심지어 저해하고 있는 제도적 모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말산업 균형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의 발제자인 이영수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통상학부)는 ▲말산업진흥원(가칭) 설립 ▲말산업의 수출산업화 ▲말산업육성기금, 말산업펀드 조성 ▲말산업육성법과 다른 관련법과 조화·정비 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말이 소·돼지·닭 등 대표적인 사육동물과 비교해 고부가가치 축종임을 강조했다.

즉, 국내산 경주마의 평균 낙찰가격이 4700만원, 최고 낙찰가격이 2억 9100만원에 이르며, 구제역(소·돼지), 조류독감(닭), 외국풍토성전염병(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각종 전염병에 내성이 강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분뇨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사육동물’이라고 이 교수는 밝혔다.

그럼에도 국내 말산업이 경마산업에 치중되는 불균형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산업 선진국인 캐나다, 호주의 경우 경마와 비(非)경마 산업간 비중이 3대7 또는 2대8이지만, 우리나라는 8대2로 경마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국내 말산업에서 승마 비율은 고작 3%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말이라는 단일 축종을 대상으로 한 말산업육성법이 국내에서 만들어졌지만, 다른 말산업 관련법과 충돌, 우수 종마의 자급 자원 확보 미흡, 전문 시설·인력과 연구개발(R&D) 부족 같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국내 말산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먼저 말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 확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국마사회가 축산법에 근거해 지난 1974년부터 해마다 이익금의 70%를 특별적립금 형태로 축산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있는 점을 언급한 이 교수는 올해 4월 기준 마사회가 납입한 2조 8440여 억원에 이르는 특별적립금을 말산업육성자금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최근 정부가 농림수산식품펀드의 투자대상 산업 범위에 말산업을 포함시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 교수는 지방정부 차원의 말산업육성기금과 말산업펀드 조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마사회 산하 말산업연구소를 ‘말산업진흥원’(가칭)으로 확대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현재 제주, 경북, 경기, 전북에 지정돼 있는 말산업특구에 말산업진흥원 지부를 구축하고, 승용말육성센터를 설치해 체계적인 기술과 제도를 보급·실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말산업 전문기업의 해외진출도 정부가 적극 지원해 신성장산업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말산업이 신성장산업으로 성공하려면 말산업특구 등 지역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의 인식 개선과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자료=한국마사회이미지 확대보기
자료=한국마사회


한편, 이날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한국마사회 엄영석 말산업진흥처장은 “말산업 시장규모가 3조 4226억 원(2017년말 기준)으로 국내 농업 생산액(50조 원)의 약 7%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승마산업 시장규모도 2010년 364억 원에서 2017년 1090억 원으로 7년 간 3배 늘어났다.

마사회는 말산업 수요창출 전략으로 승마대중화사업으로 전국민 승마체험시설 120개소 운영, 유소년승마사업으로 전국 14개 초·중학교 학교체육승마 시행, 유소년승마클럽 리그전 정착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밖에 말산업 육성과 지원을 조례로 제정·공포한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제주도·전북도 등 3개 광역지자체, 익산·장수 등 11개 시·군 등 총 14개에 이른다.

특히, 전북은 새만금지역을 말산업복합단지·승마관광단지로 조성해 서해안권 말산업 신(新)중심지로 집중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