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마찰의 영향이 동남아 지역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들어 달러와 석유 가격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통화 루피아의 달러 대비 환율은 올해 최고치에서 3% 정도 하락했다. 게다가 MSCIㆍASEAN 주가 지수는 연초 이래 상승분이 거의 소멸한 상태다. 하지만 1분기(1∼3월) 대미 수출을 40%나 늘렸던 베트남 같은 승자는 드물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동남아 중앙은행에는 여전히 금리 인하의 여지가 남아 있다. 예를 들면, 필리핀의 인플레이션은 진정화 국면에 접어들어, 현재 4.5%의 정책 금리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도 지난해 실시한 175베이시스포인트(bp)의 금리 인상을 일부 되감기할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가세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다음 행보에서 '금리 인하'가 예견된 것도 한 몫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엄청난 경상 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 등 뿌리 깊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악조건과 함께, 지난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지금보다 외부 상황이 나빴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및 금융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든든한 안정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편, 동남아 시장이 이토록 탄탄한 자세를 유지하는 반면, 다른 신흥국 시장의 상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면,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통화 정책에 개입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실추시켰으며, 멕시코는 미중 무역 마찰의 영향권에 직접 노출된 관계로 어떤 나라보다 힘든 상황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경제의 대표격인 독일 경제의 감속은 자국 제조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수많은 동유럽 국가에 큰 타격을 미쳤다. 물론 이러한 영향에서도 기반이 잘 다져진 덕분에 대부분 국가들의 정책 입안자들의 신뢰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금리는 낮고, 수익이 줄어드는 경향은 붙들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이 혼란할 때에도 동남아 주식은 다른 신흥국 시장을 능가했다. 이번에도 이와 같은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는 것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은 갈수록 동남아 시장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