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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남과 여 DNA(1)] 중국의 최대 로맨스, 당나라 현종은 왜 양귀비에만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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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남과 여 DNA(1)] 중국의 최대 로맨스, 당나라 현종은 왜 양귀비에만 빠졌을까?

사람은 시각보다 후각에 더 민감…현종, 양귀비 체취에 취해 사랑에 빠져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와의 사랑을 노래한 중국 시인 백거이(白居易)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의 애절한 대목은 역시 마지막 부분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七月七日長生殿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比翼鳥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此恨綿綿無絶期

"7월 7일 칠석날 장생전에서, 인적 없는 깊은 밤에 속삭이던 말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땅에 나무로 남는다면 연리지가 되고 싶다.
하늘이 길고 땅이 영원해도 끝날 날이 있다. 그러나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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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천의 뛰어난 시적 재능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사실 따지자면 중국 문학의 특유를 이루는 '뻥'과 '비유'가 나타난다.

비익조(比翼鳥)는 중국 전설에서 나오는 새의 이름이다. 이 새는 이상하게도 한쪽 눈과 한쪽 날개 밖에 없다. 그래서 암수가 모여서 짝을 이루어야만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연리지(連理枝)는 서로 다른 나무인데 얽히고 설키면서 자라다가 우연하게 하나로 된 가지를 말한다. 각기 다른 뿌리에서 나온 나뭇가지가 하나가 돼 수액(樹液)이 서로 흐르는 경우다. 얼마나 마음이 맞으면 거부반응이 전혀 없이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장기이식에서 제일 문제가 바로 거부반응이다. 혈액형이 같고 가장 가까운 친지의 심장이나 간을 이식하지만 결국 문제는 거부반응 부작용에 봉착하게 된다.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만들려는 노력도 이러한 이유다. 환자의 장기와 꼭 같은 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전설 속의 비익조와 연리지는 현종과 양귀비의 끊임없는 사랑의 상징이다.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가 죽었지만 현종의 사랑은 끝이 없었다. 양귀비의 영정을 침실에 놓고 잘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양귀비는 무엇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현종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잘 생긴 미모? 남자의 마음을 신통하게 읽는 눈치와 애교?

양귀비는 작고 가냘픈 중국의 역대 미인과는 달리 풍만한 글래머 스타일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양귀비의 양(楊)씨들은 원래 인도나 페르시아 같은 서역 출신으로 이국(異國) 성으로 알려져 있다.

양귀비가 전통적인 중국 미인의 얼굴과 몸매가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현종은 양귀비의 이국적 미모에 반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귀비, 목욕할 때마다 향기가 장안에 진동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천하의 모든 여자가 자기 여자라고 할 정도로 중국 대륙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는 현종이 한 여자에게만 매달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여자 저 여자를 훔치는 것이 타고난 본능이고, 또 쉽게 사랑했다가 갑자기 식는 것이 남자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람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겨드랑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체취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대부분 불쾌감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양귀비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한 체취가 있었다고 한다.

목욕할 때마다 양귀비의 체취가 장안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가 목욕하고 난 물이 장안 시내를 흘러갈 때마다 장안은 그녀의 냄새로 진동했고 남자들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여인들은 양귀비에 대해 대단한 질투와 분노를 느꼈다. 아마 그래서 천하일색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양귀비의 체취 때문이 아니라 향수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욕조가 넘칠 정도로 향수를 사용했고, 그 향수가 하수구를 통해 장안 시내를 흐를 때 향수가 진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향수라고 해도 한 두 번이지 현종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향수는 질리게 마련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현종을 '뿅'가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체취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양귀비가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된 이유가 바로 그렇다.
조세핀은 나폴레옹보다 6살이 많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조세핀의 사랑에 빠졌다. 이미지 확대보기
조세핀은 나폴레옹보다 6살이 많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조세핀의 사랑에 빠졌다.

나폴레옹, "조세핀, 몸 씻지 말고 나를 기다려 주시오"


어디 양귀비 만이겠는가? 체취로 영웅을 사로잡은 경우는 허다하다. 고유한 체취로 남성을 사로 잡은 일이라면 나폴레옹의 연인 조세핀을 빠트릴 수 없다. 나폴레옹은 여섯 살 연상의 조세핀을 매우 사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주일 후면 돌아가 당신을 만날 것이요. 그때까지 몸을 씻지 말고 나를 기다려 주시오. 당신의 냄새가 그립소." 전쟁터에서 조국으로 돌아오던 나폴레옹이 그의 연인 조세핀의 체취를 그리며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다.

또 영웅들만이겠는가? 일반 아낙네들도 남정들을 묶어 두려고 체취를 이용해 온갖 사랑의 전략을 펴왔다.

예로부터 이성을 유혹하는 향으로 널리 사용된 것은 사향이었다. 암컷 사향노루의 배꼽 근처에 있는 향낭에서 방출되는 향으로 여인들은 이를 이용해 남성을 유혹하곤 했다.

사람의 몸에서 나는 고유의 체취도 당연히 이성을 유혹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사람의 체취는 지문처럼 독특하고 고유불변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주장이다.

기록에 따르면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7세는 독특한 사랑을 했다. 더운 여름날 연인에게 두꺼운 옷을 입혀 산책을 하게 한 다음 땀에 찌든 그 냄새를 맡으며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연인들끼리 체취가 흠뻑 배인 사랑의 사과를 교환하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사과 껍질을 벗긴 다음 겨드랑이에 끼어 둔다. 나중에 사과가 땀에 흠뻑 젖으면 애인에게 보내는 것이다. 연인들은 사과 냄새를 맡으며 상대의 사랑을 느꼈다.

체취를 통한 사랑의 작전은 국경을 초월하다. 지금도 브라질 농촌 여인들은 남편이 바람을 피울 기미가 보일 경우에 쓰는 방법이 있다. 빨지 않아 오랫동안 입어 냄새가 나는 자신의 팬티를 끓인 다음 커피에 타서 먹인다고 한다.

여인의 몸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체취가 얼마나 훌륭한 페로몬 역할을 하는지 실험으로 증명된 사례가 있다.

핀란드의 한 대학 연구팀은 이틀 동안 입은 여인들의 티셔츠를 실험대상자들에게 주고 냄새를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남성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냄새는 배란기 여성들의 티셔츠였다.

체취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많다. 프랑스 연구팀은 용모 수준이 비슷한 남성들에게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시킨 후 여성들에게 그 셔츠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여성들이 호감을 표시한 티셔츠의 주인공들이 실제 맞선 자리에서 자신이 선호한 남성과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외모를 보기에 앞서 냄새만으로 이미 호감을 가지는 이성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시각보다 후각의 기억이 훨씬 강해"


최근 각자의 체취를 결정짓는 요인이 유전이라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에는 스위스 연구팀이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체취도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란성 쌍둥이 12쌍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체취를 분석한 결과,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보다 분비된 체취의 원인 물질이 10배 이상 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체취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포유동물에서 나오는 고유한 체취를 이용해 지문처럼 개체의 신원 확인을 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만약 체취를 보관할 수 있다면 '체취 DNA지문'도 가능할 수 있다. 체취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치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람의 체취는 섭취하는 음식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는 먹이가 달라져도 유전적으로 결정된 고유의 체취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하를 거머쥔 현종이 그토록 양귀비를 사랑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나폴레옹이 조세핀을 그토록 그리워하게 만든 것은 그녀들의 아름다운 육체나 독특한 사랑의 기교가 아니었다. 독특한 유전자만이 만들 수 있었던 그들의 고유의 체취 덕분이었다.

성형이 난무하는 시대다. 향수로 치장해 자신의 고유한 냄새를 가릴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체취를 풍기며 가식을 넘어 좀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멋진 짝도 만날 수 있다.

돈 내면서 운명상담소에 찾아갈 필요도 없다. 사랑의냄새에 이끌리는 남녀야 말로 최고로 궁합이 잘 맞는 백년해로할 배필이다. 노출의 계절 여름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자신 있게 세상을 대하자. 체취를 발산하면서말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