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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 ‘나이키 본사’에 ‘나’를 들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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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 ‘나이키 본사’에 ‘나’를 들이밀다

인도네시아 근무중에 기발하고 용기있는 미국 본사 방문 도전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최근 인도네시아에 취업한 연수생 출신 A가 르바란(Lebaran) 기간을 맞아 서울의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르바란은 우리나라 설과 같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명절로 공휴일이어서 연수생 출신의 A는 모처럼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 3년여의 인도네시아 생활을 듣고 있노라니 너무 가슴 벅찬 일이 많았다. 특히, 자기가 취업한 곳은 글로벌 최고의 신발제조 공장이며, 3년 차 직원이 공장장이라고 전했다.
2만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에서 2000명 규모의 공장 전체를 책임지는 공장장! 재단-봉제-제화로 이어지는 공정이다 보니 자재 입고부터 생산, 인원, 기계 등 작업 전반을 관리한다고 한다. 이런 위치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인재를 키우는 일념으로 수행해 온 일이 실제로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A는 아직 부족하지만 하나씩 배우는 마음으로 일을 해나간다고 한다.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해 줄 것이 없었다. 자기 성장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1년 전의 색다른 경험이 귀에 확 들어왔다.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어 소개한다.

주인공인 A는 대우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lobal YBM)에서 11개월간 인도네시아어와 현지문화 등 교육과 연수를 마치고 입사했다. 1년반 정도 지난 지난해 2월 개인 휴가가 주어졌다.

지금 주문받아 제조(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를 해주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인 나이키(NIKE)의 본사는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한다. 평소 나이키 로고 ‘스우시(Swoosh)’로 유명하고 말만 들어도 한 번 갖고 싶은 최고의 글로벌 신발을 만드는 회사, 그 심장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별다른 준비 없이 한 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미국을 향했다. 마침 가지고 있던 나이키 공동창업주인 필라이트의 자서전 ‘슈 독(SHOE DOG)’을 꺼내 들고 자카르타, 인천, 시애틀을 경유해 나이키 본사가 있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 비버튼에 마침내 도착했다.

나이키 본사는 화려한 도시의 상상이 무색한 한적한 곳에, 그것도 넓은 공원에 여러 건물들로 나눠져 있어 마치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켰다고 한다. 막상 본사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어디를 가야 하지’, ‘무엇을 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작 ‘들어가도될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할 수 없이 ‘무작정걸어 다니며 다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한 건물에 들어가려고 하니 보안요원이 막아섰다. 사전약속이 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본사 외관만이라도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캠퍼스(?)만 보며 감탄사만 연발했다.

그러다 어느 장소에 가니 4~5명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무슨 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제대로 본사견학을 신청해 회사 투어를 온 일행인 것 같아 ‘저 팀 옆에 있으면 설명을 들을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어 모른 척하고 옆에 붙어 따라다녔다. 덕분에 여러 건물을구경하며 나이키의 역사와 건물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도중에 어떤 건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A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투어 신청도 하지 않은 데다 앞서 제지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괜찮으니 같이 들어가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에라, 모르겠다’는 용기가 생겨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때마침 여기저기 흩어졌던 50여 명도 건물 강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건물 입구에는 ‘Welcome to your first day’라는 배너가 걸려 있었다. 나이키 신입직원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는 직무교육 프로그램 장소였다. 얼떨결에 A는나이키 본사의 신입직원 행세를 하게 됐다. 나이키 인사담당자가 진행하는 환영 행사에 참가하는 행운을 얻은것이었다.

덕분에 회사소개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소상히 듣게 됐다. 디자이너 책임자는 나이키의 신발디자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직접 만들고 있는 제품들이기에 너무나 생생했다.

이어서 참가 신입직원들의 자기소개 타임 차례가 됐다. A도 인도네시아 공장 소개는 물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얻었다. 50여 명이 바라보는 앞에서 영어로 소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다행히 한국의 Global YBM 과정에서부터 영어실력을 꾸준히 키웠던터라 무난히 자기소개를 해 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본사 인사담당자는 물론이고 미국 전역에서 온 여러 업무를 담당할 경력〮신입 직원들과 소중한 교류의 기회도 가졌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나이키 가방은 귀중한 마음의 선물이 됐다.

나이키 본사 방문의 짜릿하고 흥미로운 A의 스토리가 무슨 무용담 같이 들렸다. 주인공 A의유별난 도전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한국의 청년 누구나 가지고 있는 DNA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모 세대가 이룩한 대한민국의 국력이나 발전이 이런 DNA 특성을 웅변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으며, 지금의 한국청년들은 그런 DNA를 물려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A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더 소개하고자 한다.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나이키 본사 방문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기를 빤히 쳐다보며 재미있어 하더라는 것이다. 자기 손으로 만든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제품 생산의 수준을 높이는 작은 동기가 됐다고 한다.

또 하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것은 나이키 본사 직원들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취업 후 1년여 동안 도심과는 떨어진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환경은 인내를 요구하는 ‘뚝심’이 필요한데 본사 방문이 새로운 동기부여의 기회가 돼 좋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엉뚱하고 기발한 도전의 마지막 교훈은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 즉 ‘일단 한 번 해봐, 되잖아!’ 였다는 것이다.

필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대단한 도전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힘들어하는 동기들의 모습과 비교가 된다”고.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