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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2019 조형아트서울展…제이아트의 일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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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2019 조형아트서울展…제이아트의 일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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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 작 'Everything in love', 97.0x130.3 oil on canvas 2019
지난 6월 12일(수)부터 16일(일)까지 조형아트서울(PLAS 2019)展이 코엑스 1층 B1, B2 홀에서 열렸다. 동시대의 미술의 흐름을 읽게 해주는 많은 전시작 중에 제이아트가 초대한 (일곱) 여성 작가의 작품에 주목한다. 이우 김영자(IOU Kim, Young Ja), 박주경(Park Ju Kyong), 이윤아(Lee, Yoon A), 전미선(Jeon, Mi Seon), 정경연(Chung, Kyung Yeon), 정선진(Chung, Sun Jin), 한신영(Han, Sin Young)은 자신들의 최신작들로써 자연에 순응하며 교감하는 인간의 고운 심성을 때론 묵직하게, 때론 경쾌하게 경건하게 욕망의 끈을 살짝 풀고 자신들의 주장을 여성의 입장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은 유쾌하였다.

이우 김영자의 ‘Everything in Love’(사랑은 모든 것), 세상을 만드는 사랑에 관한 그림 에세이이다. 푸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자웅동체 달팽이라도 둘이 만나 사랑을 나눈다. 작가는 서로에게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해서 길을 잘 찾도록 중간 중간에 사랑의 오작교를 놓아 준다. 형태는 달팽이를 따왔지만 세상을 만드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표한다. 달팽이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꽤 느리고 움직일 때마다 삶의 흔적들을 남긴다. 서로 교차하면서 조금씩 흔적들이 쌓인다. 달팽이가 움직일 때 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이 쌓이고 쌓여 아름다움과 행복이 가득한 삶을 만든다. 이 작품은 선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달팽이들의 사랑의 흔적을 그린 기록이다. 작가는 달팽이들이 좋은 세상 속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길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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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작 'Find me', 91x72.7cm acrylic on canvas 2019

박주경의 ‘Find me’(나를 찾아줘), 이기적 유전자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수많은 ‘내’가 필요하다. 손을 내밀 때 마다 어떤 삶이 손에 잡힐지 알 수 없다. 파란색의 나와 빨간색의 나는 다른 시간과 공간속에서 온갖 색깔의 헛된 바램들을 채워간다.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일에 몰입하는 얼굴, 돋보이고 싶은 얼굴, 연애할 때의 얼굴, 분노하는 얼굴, 순종하는 얼굴, 다정한 얼굴, 이기적인 얼굴들이 필요하다. 집을 나설 때 마다 일정에 따라 매뉴얼에 필요한 얼굴을 챙겨 나온다. 변신에 능할수록 성취도는 상승하지만 정신은 피폐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변신을 거듭하며 추구해왔던 욕망은 잡히지 않는 환영에 불과함을 깨닫는 순간 잃어버린 나를 찾아나서야 한다. ‘Find Me’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서글픈 현대인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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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작 'snow', 116.8x91 oil on canvas 2019

이윤아의 ‘Snow’(눈),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맺어지는 사랑을 꽃과 나무, 잎사귀 등 자연물에 투영해내며 유화작업을 해왔다. 칼라가 주는 대비와 조화를 중시하며, 검정과 하양, 빨간색을 사용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금년 봄부터 푸른색에서 비롯되는 조화를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now’는 눈과 설경, 산수유에서 영감을 받아, 2019년 겨울에 그린 그림이다. 겨울에 쌓이고 녹아내리는 눈은 삶의 순환과 반복을 연상시킨다. 흘러내리는 페인팅 기법을 사용해 흑과 백으로 표현했으며, 산수유 열매를 상징하는 빨간 색은 언 눈이 녹기를 기다리며 사람의 실핏줄과 사람으로 시작되는 사랑의 정감을 나타내고 있다. 디자인적인 필체가 언 눈의 이미지를 가중시키며, 겨울을 이겨내려는 자세를 잘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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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선 작 'KOI 219',_45.5X45.5cmMixed media on canvas 2019

전미선의 ‘KOI’(비단잉어), 작가는 20여 년 넘게 나이프로만 페인팅 작업을 해왔다.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두터운 마티에르의 유럽 건물과 꽃을 많이 그려왔다. 우연한 기회에 접한 비단잉어를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해내는 작가는 명도 높은 색채를 통해 대상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밝고 경쾌한 색의 비단잉어와 꽃들은 생명의 기쁨과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대상이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으로 채도를 낮추고 명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자연의 색을 표현한다. 초기 작품이 작가의 내면 그대로를 표현했다면, 현재의 작업들은 작업을 통해 한곳을 걷는 구도자처럼 생각들을 비우고 비운 후 긍정과 감사로 충만할 때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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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연 작 '무제 09-36', 130.3x162.0cm

정경연의 ‘Untitled’(무제), 캔버스를 대신하는 ‘장갑’의 작가는 순수 시각적 조형요소로써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장갑은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손, 노동자들의 땀과 삶이 배어있는 장갑 등 다양한 시각으로 포착된다. 수십 개 씩 묶여진 기형적 장갑은 본래의 기능을 잃고 인간화 되거나 다중의 목소리를 가진 메시지로 전달되어 절실한 삶의 형태로 표현된다. 그 손 안에는 불교의 법리가 담긴다. 손가락 끝을 검정색과 흰색만으로 제작하여 하나의 점을 표현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점・선・면은 인간의 삶이나 우주 만물의 원리를 하나의 점으로 보고 시작하여 하나의 점으로 되돌아가는 삼라만상의 이치를 닮아있다. 그래서 자연은 작가에게 큰 스승으로 존재한다.’무제’는 한국의 기와나 토담과 같이 토속적이고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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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진 작 'Composition', 130x167cm Black ink on Korean paper

정선진의 ‘Composition’(구성), 작가는 오랜 세월 동안 도도하게 이어져온 수묵화의 전통을 존중하며 그 정신적 특성을 계승, 현대적 감각의 한국화를 구현해왔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현대적 감각을 풍기면서도 그 이면에는 전통적 요소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녀는 한국화의 전통적인 화선지 위에 먹이나 한국화 채색으로 농담을 살려 표현하거나 필선을 살려 표현해낸다. 그러나 표면적 외형은 현대화풍이며 비구상적 방식으로 표현된다. 작품은 도시 한가운데서 항상 보는 건물들을 낮에도 밤에도 항상 새로운 건물인 듯 바라보면서 구성된다. 작품은 고독하고 메마른 도시생활에서도 마음의 창을 열면 하늘, 남산, 한강. 나무들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미래의 소망과 사랑’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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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영 작 'The Clown', 116x91cm mixed media 2019

한신영의 ‘The Clown’(어릿광대), 작가는 무언의 언어인 마임이나 서커스에 등장하는 어릿광대 피에로를 형상화한다. 피에로의 연기는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존재성을 망각시킨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아를 성찰하게 한다. 평면과 입체작품을 두루 작업하는 작가의 강렬한 색채의 피에로는 외면의 화려한 겉모습과 내면의 감춰진 욕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평면작과 입체작의 문양은 '복을 싸둔다'는 유래의 전통 조각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작품은 색감의 조합과 비대칭성에서 오는 의외의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입체 피에로의 경우, 구체관절 오브제와 조형으로 조형성을 강화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감상자에게 행복한 미래를 열어주는 영감의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초여름 산들바람이 이끈 2019 조형아트서울展에서 만난 일곱 여류 작가의 작품들은 독창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작품들로써 특화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 것들이었다. 정진과 수련에서 나오는 안정감으로 작품을 껴안고 우주를 품고 있는 작가들은 어머니와 누이가 되어 자연의 이치를 깨달을 것・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킬 것・절대적 신의를 지킬 것을 일깨운다. 그들은 자신의 주제적 작품들로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행복을 염원하고 있다. 작가들은 그들이 전시한 작품들로 작가와의 만남을 원하고 있고, 유쾌하고 소중한 산책이 된 이 전시회가 담론을 형성하고, 뒷 담화를 낳기를 바라고 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