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100년 역사 日 히타치, 첫 '외국인 사장' 곧 탄생

공유
0


[글로벌-Biz 24] 100년 역사 日 히타치, 첫 '외국인 사장' 곧 탄생

철도 라이벌 알스톰 거쳐 히타치에 입사한 영국 출신 알리스테어 도머 유력

center
히타치 나카니시 회장이 5월 말 경영공창기반의 도야마 카즈히코 CEO와 공동으로 집필한 '사장의 조건(社長の条件)'이 출판되면서, 히타치 사내에서는 새로운 외국인 수장 탄생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강해지고 있다.
일본 굴지의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에 첫 외국인 사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장 인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회장이 5월 말 '경영공창기반(経営共創基盤)의' 도야마 카즈히코(冨山和彦) CEO와 공동으로 집필한 '사장의 조건(社長の条件)'이 출판되면서, 히타치 사내에서는 새로운 외국인 수장 탄생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사장의 조건에 포함된 대담 중에는, 신규 졸업자 채용과 그 후의 균일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론을 전개한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나카니시 회장은 내부에서 (임원으로) 승격을 검토할 경우, 해외에서 M&A(인수합병)한 회사에서 영입된 많은 인재를 발탁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수장은) 일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달 초 림프종 진단을 받고 8월까지 장기 요양에 들어간 나카니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당분간 참가하지는 않겠지만, 그는 입원 전에도 외국인 수장 탄생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출판된 사장의 조건을 통해 그의 외국인 수장 임명론을 재차 거론한 것으로 그 가능성을 훨씬 높인 셈이다.

이 외에도 히타치는 지난 4월로 예정된 톱 인사 보고에서, 당초는 IoT(사물 인터넷) 사업의 중심인물인 코지마 케이지(小島啓二) 부사장을 유력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4월 1일 밝힌 임원 인사에서는 풍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히타치의 첫 외국인 부사장인 알리스테어 도머가 발탁됐기 때문이다.

알리스테어는 영국 해군 출신으로 철도 사업에서 히타치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알스톰'을 거쳐 히타치에 입사했으며, 이후 철도 사업의 비즈니스 부문 CEO로 활약하면서, 히타치의 해외 매출 구성비 80%에 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히타치 본체의 부사장 취임을 계기로, 철도 사업의 글로벌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 도쿄 도내로 이주해, 철도 사업에 이어 엘리베이터 사업까지 총괄하고 있다.

히타치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스테어는 영국인 다운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직원도 정중하게 대하는 젠틀한 태도로 사내에서 급격하게 덕망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알리스테어를 히타치의 수장으로 결정짓는 것을 여전히 단언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황은 코지마와 알리스테어의 일대일 대결이긴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실적을 눈에 띄게 향상시키기 어려운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잘못하면 낙마할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스테어가 담당하는 철도 사업은 영국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EU) 이탈의 현실이라는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2조2000억원 규모의 런던시 신형 지하철 차량 납품을 '지멘스'에 빼앗기면서, 엎친 데 덮친 격 상태에 몰렸다.

현재 히타치의 영국 차량 공장은 수주 잔량이 없어 대규모 안건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고용 감축까지 착수할 수밖에 없는 코너에 쫓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경쟁자인 코지마에게도 난제는 존재한다. 침체기를 거치고 있는 가전 사업의 재건이라는 난제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적인 우울한 상황을 배경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과거 화려했던 성장기에 버금갈 수 있는 성공이라 할 수 있는데, 제자리 걸음 실적으로는 수완을 인정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빠졌던 경영 위기에서 거의 부활한 히타치이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탈 수 있는지 여부는 차기 수장의 경영 수완에 달려있다. 이 때문에 후보자를 끝까지 경쟁시킴으로써, 차기 사장 후보자들의 레이스를 북돋우기 위한 나카니시 회장의 특별한 연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