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내외서 ‘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에 임했다.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은 대중 추가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고 일제히 속보를 전했다. 굳은 표정이 눈에 띈 시 주석은 회의 폐막 때는 미소를 띠며 각국 정상들과 악수했다. 미국과의 타협을 불허하는 국내여론을 향해 외교승리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굴욕에 휩싸인 중국 근대사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는 5월 하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장정에 있으며 국내외의 중대한 도전을 이겨야 한다”며 1930년대 중반 공산당이 국민당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실행한 고난의 행군 ‘장정’을 들먹이며 현재의 미·중 대립을 ‘새로운 장정’에 비유하며 지구전에의 각오를 국민에게 요구했다.
국민의 대미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나선 시 주석에게 G20은 외교협상이라는 이름의 ‘전쟁터’로 변했다. 미소가 적었던 것은 국내의 차가운 반응을 의식한 것이다. 시 주석의 오사카 도착을 전한 28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는 없을 것이며, 중국은 끝까지 싸울 힘이 있다”라고 호소하며 타협의 선택사항이 없는 것을 강조했다.
G20을 앞둔 시 주석의 오산은 미·중 갈등 외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중국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커질 것이었다. 20,21일에 북한을 전격 방문한 시 주석은 오사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는 칼을 갖고 존재감을 높이려 했다. 동시에 ‘우군’을 끌어들여 ‘적’(미국)을 몰아붙인다는 전통적 전략을 구사했다.
일본에 대해 국빈방문 허용 외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아베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혀 아베 총리를 기쁘게 했다. 신흥 5개국(BRICS)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회담에서 보호주의 반대를 제기하고 미국을 견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대한 차세대 통신 규격 ‘5G’ 등에서의 협력을 제안했다. 독일정부는 5G기술을 세계적으로 리드하는 중국 통신기기 대기업 화웨이를 배제하는 트럼프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시 씨는 미중 하이테크 패권 다툼의 상징인 화웨이 문제로 독일을 끌어들이려 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