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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 나의 궁(窮)함을 남과 통(通)함으로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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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 나의 궁(窮)함을 남과 통(通)함으로 극복하다

인도네시아 공장의 자재 불량 '생산 위기'를 협력사와 소통으로 해결한 사례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음질(봉제:縫製)를 하면서 보니자재 한 종류가 전부 불량이었습니다. 취업한 지 2년 반 정도지난 시점에 일어난 일입니다. 수습을 어떻게 할 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lobal YBM)'을 거쳐 인도네시아의 한국기업에 취업한 B가 들려준 사건이다.
작년 6월, 다른 일로 통화하며 "사고친 적이 없었냐"고 B에게 물었더니 주저하다가 '큰 사고'가될 뻔한 일이 있었다며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글로, 말로주고 받으며 당시의 일, 성장의 아픔(성장통:成長痛)을 정리해 본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글로벌 비즈니스맨(Global Businessman)으로성장'을 모토로 선발해 인도네시아로 보낸 지 4년여가 지난시기였다.

말로만 듣던 인도네시아의 명문인 반둥(BANDUNG) 공과대학교(ITB)에서 1년 동안 현지문화를 포함한 비즈니스 교육을 받고 현지의한국기업에 취업해 일한 지는 3년이 되던 때였다.

현지의 회사는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5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이동할 때 구글 맵(지도)로는 10여 시간 걸리는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 도로 사정과 교통 체증 때문에 15시간안팎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한국의 잘 뚫린 도로 사정을 기준으로 5~6시간걸릴 것으로 착각도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토의 크기와 지리적 특징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조건이다.

회사는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로부터 가먼트, 니트, 티셔츠 제품을주문 받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조하는 섬유업체다. 3000여 명의 현지인에 한국인은 15명 정도로 대부분 섬유기술자들이다.

작년 12월께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대형 유통마트에 납품할 아동용 의류의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박음질(봉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아동용 의류라 손이 많이 간다. 크고 작은 액세서리 부품이 결합되고, 그림이나 캐릭터 등을 프린팅이나 자수로 올리기도 한다. 치수나 컬러도다양하고 까다롭다.
대부분의 원자재들이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JAVA)의 중부와 서부의 협력업체에서 만들어져 온다. 앞서 주문받은 다른 제품의 생산으로 여념이 없다가 새로운 입고 자재로 다른 작업을 시작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불량이나온다.

급하게 전수조사를 해 보니 70% 수준이 불량이다. 작업을 전면중지하고 수습하는 과정을 짚어보니 출고일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연간 작업량 1000만장 수준에 비해 턱없이 적은 주문량이지만 그래도10만장이나 되고 다른 제품까지 많이 취급하는 빅 바이어(Big Buyer)의 제품이다.

일단 납품 협력업체에 알리고 재입고를 받고 싶어도 편도 교통으로만 무려 14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평소 두 회사간 오가는 셔틀 차량을 이용해 보낸 B군 회사의 원단을협력업체에서 받는 즉시 작업에 들어가더라도 돌려보내는데 2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누구하고 의논하기도 마땅하지 않았다. 상대방 공장과 의논하니 최소한의 기본원단을 싣고 항공편을 직접 타고 가는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편도 4~5시간이니 작업시간을감안하면 14시간 가량이면 원단자재를 받아 정상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즉시 공장장에게 문제점과 해결 대안을 보고하고, 1차 준비된 원단을 가지고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협력업체에 도착하니 작업자를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야근준비 등 만반의 준비로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공정도 비상계획대로잘 마무리하고 돌아와 본 공장의 공정에 정상적인 자재를 투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전 공정이 차질없이진행됐다.

마무리하고 나니 공장장이 전에 없던 어려운 사태를 잘 수습했다고 칭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조심하라고 질책도 빠트리지 않았다.

제조공장은 모든 제품이 그렇듯이 수많은 원자재, 부자재, 포장자재 뿐만아니라 거미줄같이 엮어져 있는 기계, 장비, 인원이 맞물려돌아간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 때에, 제대로 된 자재가투입돼야 하는 긴박함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한국에 취업해 일하는 친구나 동기들에게 가끔 이런 상황을 이야기 해주면 나를 무슨 화성에서 온 사람같이 흥미롭게 쳐다본다. 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었는데…."

듣고 있는 필자가 긴장되는 사건이었다.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 것은 아니지만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먼 땅의 인도네시아로 갈 때 상상도 못한 일을 겪으면서 변한 모습을 보다가, 책장에 있는 4년 전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교육과정 지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찾아보니 너무 대비가 되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고전했다.

B는 자신이 얻은 제일 큰 교훈으로 자재 입출고 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의 중요성이라고 다소 상투적으로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베트남이나 미얀마 연수과정과 다르게 유난히 타이트한 외국인 연수생 관리하는 반둥공과대학의 1년연수과정이 B에게 큰 힘이 된 듯한 역설적 해석으로 비쳤다.

지정시간 외의 학교 캠퍼스 출입이나 음식을 제한해 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함을 호소하였다고 B군은 기억한다. 덕분에 40명의 동기생끼리 종횡으로 끼어 맞추며 도움을 주고받고지냈던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돈으로 해결해 버리는 것이 습관이 있었지만, 반둥공과대학 연수기간 동안전혀 상반된 여건이다 보니 동기생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현지 대학생들에게도 손을 벌리며 아쉬운 소리까지 하는 상황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물론 B가 겪은 사건의 발단은 협력사에 있었지만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았다. 자신의회사가첫 입고 과정에서 불량을 찾았기에 무난히 넘어갈 일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중에 항공교통을 이용하기로 한 임기응변의 아이디어와 작업시간의 로스(loss:손실) 없는 즉각대응이 주효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적으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머리를 맞대며 서로 힘이 되어준 공장장을 포함한 직장동료들의 협력 덕분이었다고 B는 웃으며말했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