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까르푸의 중국 법인 까르푸차이나는 최근 중국 최대 O2O 플랫폼인 '쑤닝이거우(苏宁易购)'에게 80%의 주식을 48억 위안(약 8123억 원)에 매각했다. 현지 매체 창장상보(長江商報)의 취재에 따르면, 까르푸차이나의 회장 겸 CEO인 탕지아니엔(唐嘉年)은 이미 사표를 제출했으며, 올 가을까지 업무를 마무리 짓고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쑤닝이거우는 까르푸차이나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매김 한 2007년 이후 이전과 같이 앞다퉈 마구 사재기하던 손님들의 모습은 점점 줄어들어 더 이상 볼 수 없으며, 이에 까르푸차이나의 매출과 점포 수도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성 적자상태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격 사칭 및 잇따른 폐점 등 어두운 뉴스가 잇따르면서 까르푸의 황금시대는 막을 내렸다. 2019년 3월 현재 중국 전역의 까르푸 매장은 대형할인마트 210개 점포, 편의점 24개 점포, 대형 창고를 가진 배송 센터 6개소가 남아있을 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까르푸가 중국에서 패배한 이유를 소매업의 에코시스템과 운송에 큰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커머스 및 전자결제 서비스가 소비의 주류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인터넷 쇼핑은 가격을 비교하기 쉽다", "스마트폰으로 결제, 즉시 배송"이라는 쇼핑 문화가 일상화됐다. 특히 아침 일찍 행렬을 지어 개점을 기다리다가 오픈 즉시 매장에 돌진하는 진풍경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중국에서 고전하는 외국계 기업은 까르푸만이 아니다. 지난 6월 25일 월마트의 산둥성 쯔보시(山东省淄博市) 려우쳰루(柳泉路) 지점이 문을 닫았다. 이로써 중국 월마트가 폐점한 것은 올해 들어 15번째다. 까르푸에 이어 1996년 선전(深圳)의 '월마트 쇼핑 광장'과 회원제 슈퍼 '샘스클럽'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어느새 적자만 늘어나는 상황을 뒤집지는 못한 것이 이유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대형마트는 '사양 업태' 라고까지 불리며, 도심지 내에 쇼핑센터가 반드시 배치되어야 하던 과거 시대와는 완전히 반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까르푸와 월마트, 메트로 등 해외파 슈퍼마켓이 빛을 발하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된 셈이다.
e커머스 싱크탱크와 바이롄컨설팅(百联咨询)의 창업자인 좡솨이(庄帅)는 "외국계 대형마트의 중국에서의 성장은 많든 적든 익숙하게 적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땅값은 상승하고, e커머스 플랫폼의 침투에 가세해 종합 업태와 혁신적인 업태도 생겨나는 등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매업의 에코시스템과 운송이 큰 변화에 직면해있어, 중국의 소매업은 앞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쑤닝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후로도 중국의 소매업은 합병을 가속화 하여, 향후 5∼10년 초대형 규모의 소매업체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한편, 이러한 해외파 슈퍼의 고전 소식에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롯데마트에 대해 '선견지명' 혹은 '전화위복'이라는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반도 사드' 배치로 중국의 눈 밖에 난 것 또한, 조기에 중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었다는 평가도 따른다. 사실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이 고조되기 훨씬 이전부터 롯데는 중국 시장의 철수를 결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