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 세계 M&A 규모는 2조 달러로 2018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M&A가 줄어든 반면, 미국 내에서는 지난해 동기 대비 19%나 증가해 사상 최대치인 1조1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의 경영진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영 논리에 맞지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주식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 M&A 열풍을 몰고 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열풍 뒤에 일부 기업의 M&A는 다소 지나친 경향도 엿보인다.
그런데 브리스톨의 셀진 인수에 적어도 주주들에게 투표의 기회가 있었던 반면, 미 제약사 '애브비(AbbVie)'와 에너지 대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이 각각 다룬 M&A는 주주들에게 투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모두 사업을 변화시킬 정도의 거액의 인수였지만, 신주 발행을 주식 전체의 20% 미만으로 억제함으로써 주주의 승인을 구하지 않고 M&A를 성사시키는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특히 애브비는 아일랜드의 동업계 '엘러간(Allergan)'의 인수에서 시너지 효과를 크게 웃도는 45%의 프리미엄을 얹었는데 당시 앨러간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애브비의 경영진이 왜 이토록 불합리한 판단을 내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옥시덴탈 또한 석유·가스 개발 대기업 '아나다코 페트롤리엄(Anadarko Petroleum)' 인수에서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로부터의 출자를 이끌어 냄으로써 인수액에서 차지하는 주식의 비율을 인하해 주주 승인을 회피했다. 이 때문에 대주주 칼 아이칸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 국방 장비 메이커 '레이시온(Raytheon)'과 항공우주 대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의 엘리베이터 부문 자회사인 '오티스(Otis)'가 에어컨 부문의 캐리어(Carrier)의 스핀오프(분리·독립)를 실행한 후 2020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 6월 발표되자, 주주 다니엘 로브는 "계획이 충분히 가다듬어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기본적인 계획과 재무 면에서조차 미국의 M&A 붐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 기업에 불어닥친 M&A 붐이 좀처럼 식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불안정한 세계 경제가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과도하게 끌어들인 결과 "자본시장 선두주자인 미국에 경쟁적인 M&A 붐을 초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