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업분석] "미완의 이미지 쇄신"…'하림USA 밀어주다 날개 꺾인' 하림

공유
2

[기업분석] "미완의 이미지 쇄신"…'하림USA 밀어주다 날개 꺾인' 하림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국내 닭고기 시장' VS ‘뒷걸음 하림’ 지난해 설립 이후 최대 실적 하락

하림지주 본사(왼쪽)과 김홍국 하림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하림지주 본사(왼쪽)과 김홍국 하림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설립 후 최대 실적 부진 '하림'

국내 육계시장 부동의 1위 하림의 날개가 꺽였다. ‘닭 쫓던 개’가 아니고 ‘개 쫓던 닭’이 지붕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의 2018년 기준 연간 누적(연결기준) 매출액은 8286억 원, 영업이익은 15억 원, 당기순이익은 -120억 원이다.

이는 2017년 매출 8673억 원, 영업이익 18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각각 4.5%, 91.7% 급감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1990년 10월 하림이 설립된 후 역대 최대인 222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되는 치욕을 겪었다.

이런 실적은 2918년 3월과 6월 윤석춘, 박길연 대표가 취임한 후 벌어진 최악의 상황으로 해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지난해 국내 육계시장이 2016년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중대한 마이너스 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소득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 영향으로 닭고기에 대한 소비가 증가추세를 보였다. 실제로 2013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1.5㎏이었지만 2018년에는 백색육 선호, 다이어트 식재료로 닭고기가 각광을 받으면서 14.1㎏까지 증가했다.

도계량을 기준으로 육가공품을 제외하고도 2013년 7억9100만 수(마리)에서 2015년 9억6800수로 9억 수를 돌파했다. 2018년에는 10억4800만 수로 다시 10억 수 고지를 넘어섰다. 국내 육계 시장 규모는 1조8000억~2조2000억 원 정도로 매년 5~10% 정도 신장해 왔다.
하림이 지난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축산물위생정보 도축실적 집계 결과, 하림의 2018년 국내 시장 점유율은 18.5%에 이른다. 동종업계에 35여개인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압도적인 수치다.

이런 호조에도 하림은 역주행하고 있다. 실적면에서도 업계 2위 마니커에서 뒤쳐졌다. 마니커는 2018년 연말 기준 매출 2690억 원, 영업이익 46억 원, 당기순이익 -112억 원이란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권 손상차손 92억 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한 점을 감안하면 순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오히려 개선됐다.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미지 확대보기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림의 실적 악화 이유와 해결 방안은?

하림의 역대 최대 실적악화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닭고기 수요는 증가했지만 마리당 수익성이 떨어졌다는데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축산물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육계 한 마리당 순수익은 121원으로 전년 149원보다 18.9% 감소했다.

2016년 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으로 닭의 마리당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육계농가에서 사육을 늘렸고 지난해 포화 상태가 오면서 닭고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육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지난해 ㎏당 1262원으로 전년 1237원 대비 2.0% 증가한 것도 요인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식의 미국 현지법인인 하림USA(HARIM USA, Ltd.)에 대한 자금 지원이다.

하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열회사 하림USA(HARIM USA, Ltd.)에 유상증자 참여를 목적으로 56억6000만 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8월 같은 이유로 55억5500만 원을 출자한데 이어 올해 자금수혈에 들어간 것이다.

하림USA는 하림이 지분 33.09%를 보유한 미국 계열회사다. 하림이 2011년 미국시장 진출 차원에서 현지 중견 닭고기업체 알렘패밀리푸드(현 알렘하림푸드)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이 법인이 공장을 신설·이전하면서 비용상승과 미국 현지의 닭고기 소비 감소 영향으로 공장가동률 하락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림USA의 매출액은 905억6500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 984억9700만 원보다 8.1%(79억3200만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도 80억2500만 원에서 112억7400만 원으로 40.5%(32억4900만 원) 적자가 확대됐다.

지난해 이 법인의 연간 매출액은 4001억5800만 원, 영업 손실은 362억3800만 원 수준이었다.

결국 관계기업의 투자손실이 반영되자 장부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하림의 수익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하림USA를 위해 하림의 채무보증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1000억 원을 넘겼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림USA에 대한 하림의 채무보증 규모는 △KDB산업은행 625억7900만 원 △우리은행 159억2900만 원 △KEB하나은행 248억400만 원 등 총 1033억1200만 원에 달했다.

하림 외에도 하림USA에 대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자금수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팜스코와 NS쇼핑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56억5800만 원, 56억6600만 원을 출자했다.

표=에프엔가이드 인용이미지 확대보기
표=에프엔가이드 인용


◆아직 먼 하림의 ‘이미지 쇄신’

하림은 최근 기업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김홍국 하림회장이 지난해 겸직 중이던 에코캐피탈, 하림식품, 하림홀딩스 등 4곳의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좋은 예다.

2017년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이후 여러 경영사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를 거치면서 오너일가의 겸직해소 등 투명경영에 대한 압박 영향으로 7개 계열사의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가 지정한 60개 대기업집단의 지난 4월 11일 기준 등기이사에 등재된 오너일가를 조사한 결과, 김 회장은 현재 하림지주를 비롯해 NS쇼핑, 팜스코, 선진, 하림 등 상장사 6곳과 비상장사 1곳 등 국내 계열사 7곳에서 등기이사를 겸직 중이다.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가 전년 11개에서 1년 새 4개 감소했지만, 이는 조사대상이 된 60대 대기업집단 오너일가 224명 중 아홉 번째로 여전히 많은 편에 속했다.

김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계열사는 △하림지주 △팬오션 △NS쇼핑 △팜스코 △선진 △하림 등 상장사 6곳과 비상장사인 제일사료 1곳이다.

업계는 이 같은 김 회장의 결정이 하림그룹이 부당 일감몰아주기, 담합 등으로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를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림그룹은 2017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공정위는 2017년 7월 김 회장 일가의 부당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8월에는 육계업체 가격담합주도 혐의조사, 아들 준영 씨에게 지배구조 최상단의 비상장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 등을 조사했다.

하림은 또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중심에 서 있는 경영승계 핵심 계열사 ‘올품’의 내부거래 규모를 지난해 90% 이상 축소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위 지정 59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9개 그룹(신규 지정된 애경·다우키움은 제외) 계열사 1848곳의 일감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하림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0.8%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0.1%에서 9.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하림의 내부거래 규모가 크게 축소된 이유는 이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핵심 계열사 ‘올품’이 내부거래 금액을 1년 동안 90% 이상 줄인 영향이다.

김준영 씨가 지분 100.0%를 보유한 올품의 지난해 연간 내부거래 금액은 23억3200만 원이다. 전년 310억9700만 원보다 92.5%(287억6500만 원) 감소했다.

국내 계열사별 내부거래 내역은 △하림 8억1300만 원 △제일사료 7억6800만 원 △엔에스쇼핑 2억1700만 원 △한강씨엠 1억1100만 원 등이다.

올품은 하림그룹이 2017년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후 지난해부터 공정위로부터 부당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등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받아온 계열사다.

김홍국 회장은 2012년 말 당시 하림그룹 지주사였던 제일홀딩스가 농수산홀딩스를 흡수·합병하는 등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준영 씨에게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의 지분 100%를 넘겼다. 이후 준영 씨는 한국썸벧판매를 물려받은 뒤 이를 통해 하림지주의 지분까지 확보했다.

이에 지분보유 관계상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김준영→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로 이어졌다. 한국썸벧 증여세 100억 원으로 김준영 씨가 자산 10조 원 규모의 하림을 사실상 승계하게 되자, 그룹차원에 대한 핵심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논란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하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던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 흡수합병으로 단일 지주사 체제인 ‘하림지주’를 출범하면서, 오너일가 지분율 변동으로 규제대상 계열사에서 제외된 점도 내부거래 규모 축소에 한몫했다.

이밖에 오너일가 지분율이 각각 89.6%, 25.0% 수준인 농업회사법인익산, 농업회사법인봉화는 각각 2억7400만 원, 7억5200만 원의 총매출을 올렸지만 내부거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지분율이 80.0%에 달하는 비상장사 경우는 매출액 자체가 전무했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