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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페북 '리브라 프로젝트' 가시밭길…기축통화 달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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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페북 '리브라 프로젝트' 가시밭길…기축통화 달러 위협?

가상화폐 리브라 미 의회서 집중 공격…"중앙은행 넘는 거대한 존재" 경계도

페이스북이 구상하고 있는 리브라 계획이 승인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또 한번 가상화폐 붐이 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스북이 구상하고 있는 리브라 계획이 승인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또 한번 가상화폐 붐이 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사회관계망(SNS) 페이스북이 계획하는 가상화폐 '리브라'는 지난 16일과 1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위원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리브라 서비스를 내년에 시작할 계획을 공표한 이후 지속된 전 세계의 우려와 비난이 미 상·하원에 의해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당초 예상대로 청문회에서는 "계획이 실행되면, 페이스북과 협력 업체는 통화를 불안정하게 할 정도의 엄청난 경제력을 지닐 수 있다"라는 지적과 함께 '기축통화인 달러를 능가하지 못하도록 할 대책은 있는가' '국가의 중앙은행을 넘는 거대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는 등 경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의외로 세계 각국에서 난무하던 우려의 목소리는 오히려 줄었다. 미 의회에서 강하게 꼬집은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개별적인 견해를 내비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한 G7 국가들의 일률적인 비판은 여전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들리던 페이스북과 리브라에 관련된 보도는 확실히 줄었다. 이에 따라 큰 장벽에 가로막힌 리브라 계획이 "가상화폐 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바로 이 점이 미 트럼프 행정부와 페이스북이 의회 청문회를 통해 노린 고단수의 '성동격서'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문회에서 비난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전 세계의 부정적인 시각을 차단하고 현 트럼프 행정부에 헌신적인 자국 업체 페이스북을 향한 비난을 줄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제 가상화폐 시장은 청문회 이후 평균 10% 넘게 상승했다. 미 정부와 페이스북의 합동 전략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킨 악재가 모두 없어진 것을 이유로,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성을 높였으며, 장래 리브라 계획이 승인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또 한번 가상화폐 붐이 일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고조시켰다. 페이스북이 계획하고 있는 자체 암호화 화폐 리브라에 대한 또 다른 논쟁이 시작된 가운데,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과 위협, 그리고 이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책, 리브라의 탄생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 페이스북은 왜, 리브라를 도입하려는가?


스위스 제네바에서지난 5월 2일 '리브라 네트웍스(Libra Networks)'라는 핀테크(Fintech)·블록체인 관련 회사가 상업 등기됐다. 바로 이 회사가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회사다. 당시 공개된 공식 신청서에 기재되어있는 '목적' 항목에는 "투자 활동, 결제 업무, 자금 운용에 관련된 금융 및 기술 분야의 서비스 제공, 관련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조의 개발 및 생산"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현재 페이스북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자체 가상화폐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인 간 송금'이나 '온라인 쇼핑' 등에 이용할 수 있는 것 외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까지가 외부에 드러난 리브라의 '목적'이다.

페이스북은 독자 가상화폐의 명칭을 '리브라'라고 결정할 때, 동명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기업으로부터 상표를 사들이면서까지 이 이름에 집착했다. '페이스북은 왜 리브라를 탄생시키려 했을까?' 그 해답을 통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에 내포된 궁극적인 목적을 가늠할 수 있다.

국제금융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런던은행 간 금리를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라고 한다. 우리는 리보와 리브라가 울림이 비슷한 명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마 페이스북은 "리보는 '은행을 위해서' 탄생했고, 리브라는 '모두를 위해서' 탄생한 가상화폐"라는 뜻을 어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이는 비록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신생아라 할 수 있지만, 장래 가상화폐 시장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황태자의 탄생을 예고한 것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패권을 향한 페이스북의 거대한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독립적인 비영리 기구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의 관리를 축으로, 글로벌 카드회사 마스터카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20여 개 업체가 이미 동참을 선언했으며, 리브라의 공식 론칭 이전까지 최소 100여 개 업체가 동참할 것으로 페이스북은 보고 있다. 리브라는 탄생만으로도 공식 지위를 보장받은 셈이다.

■ 정부와 금융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는 소셜네트워킹에서 전자상거래와 국제 결제 분야에 진출하는 새로운 혁신적인 움직임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페이스북이라는 것이 문제다. 미국 대선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한 스캔들로 큰 물의를 빚은 전례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를 운영한다면,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더욱 많이 쌓이게 되고,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페이스북이 더 큰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리브라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수식어까지 붙는 등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불안과 함께, 전 세계의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거래 수단으로 다수의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 대기업에 규제의 필요성까지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이를 배경으로, 페이스북이 교류 사이트의 규모를 이용하여 모바일 결제 등의 시장 지배를 달성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 달러 등 기축통화에 대한 위협 가능한가?

가상화폐의 계좌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약 1억4000만 계좌 정도(2018년 3분기 기준)로 집계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월간 액티브 유저는 이미 24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 사용자의 10%가 계좌를 개설한 것만으로도 가상화폐 계좌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페이스북이라는 든든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리브라의 탄생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제도권 시장에 편입될 가능성을 높이고, 가상화폐 시장도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르는 등 여러모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가상화폐는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전 세계 첫 번째로 대중화된 디지털 통화의 자리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계좌 수가 전 세계로 확대된다면, 리브라의 국제 송금도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가 독점하는 국제 송금의 틀에 바람구멍을 여는 것이다.

가상화폐인 리브라가 도입될 경우 송금과 결제시장의 지각변동도 예고된다. 페이스북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러시아, 브라질, 폴란드, 일본, 베트남, 중국 등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브라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송금이 가능하게 된다면, 가상화폐가 전 세계 송금 시장의 결제수단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 상·하원 의원들은 리브라 계획이 실행되면, 페이스북은 기축통화를 불안정하게 할 정도의 엄청난 경제력을 지녀 한 국가의 중앙은행을 넘는 거대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 산재한 과제 넘어, 리브라 탄생 가능성은?


청문회에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책임진 마커스는 "규제 당국의 우려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페이스북은 이를 개시하지 않을 것"이며, "신용카드 회사 등을 포함 28개 기업 및 비영리 단체의 컨소시엄에서 리브라를 관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과 협력하여 기축통화와의 경쟁이나 금융 정책에 대한 개입 등의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억제할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리브라는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의 일종으로 변동이 억제될 수 있으며, 그탓에 베네수엘라 등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개발 도상국 시민들의 저축성을 보존하기 위해 리브라와 같은 가상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을 호소한다. 따라서 리브라가 등장한다면 트레이더는 기존에 사용한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서 안정성을 높인 리브라로 환승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현재 많은 트레이더들은 자금을 스테이블코인의 리더 격인 '테더(Tether)'로 교환한 상태인데, 테더가 법정 통화에 100%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리브라는 극복했다. 테더를 대체할 강력한 수단으로 많은 트레이더들은 리브라의 도입을 반기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은 대부분 미국을 움직이는 정치·경제가들의 지갑에서 나온 것으로, 트레이더들의 요구는 곧 미국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리브라 책임자 마커스는 "리브라는 향후 이러한 감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자신한 바 있는데, 바로 이러한 행동이 트레이더들을 움직이는 정치·경제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페이스북은 향후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지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리브라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페이스북으로서는 이 과제를 단기간에 해결시키려 노력할 것이며, 단점을 개선시키기 위해 페이스북은 자회사들 사이에서도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브라의 탄생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