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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OCI, 폴리실리콘 충격…이우현 부회장 경영권에 불똥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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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OCI, 폴리실리콘 충격…이우현 부회장 경영권에 불똥튀나

문재인 정부 태양광 보급정책에서 소외
중국산 제품과 출혈경쟁

OCI가 지난 1분기도 적자를 입으며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폴리실리콘에 주력하는 수익구조로 시황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하고 있다.사진은 이우현 OCI 부회장
OCI가 지난 1분기도 적자를 입으며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폴리실리콘에 주력하는 수익구조로 시황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하고 있다.사진은 이우현 OCI 부회장
OCI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도 적자를 입으며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폴리실리콘에 목을 매는 수익구조로 시황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하고 있다. 인수합병 등으로 수익원 다각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나 취약한 지배력과 맞물려 대대적인 사업구조재편은 꿈도 못꾸고 있다.

◇ 2013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순이익 적자전환


OCI그룹은 지난 1959년 설립된 동양화학(현 OCI)이 전신이다. 마지막 ‘개성상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회림 창업주는 당시 소다회를 제조하는 기초화학소재로 사업을 출발했다.

2001년에는 동양화학과 제철화학, 제철유화가 합병하며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09년 사명을 OCI로 다시 바꾸며 태양광전문그룹으로 변신했다.

주력은 폴리실리콘으로 매출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작은 실리콘 결정체들로 이루어진 물질을 뜻한다. ‘태양광의 쌀’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수혜가 기대됐으나 실망만 안겨준 상황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보급에만 집중되며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제품과 출혈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적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적을 보면 '태양광의 황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OCI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418억 원, 영업이익 -401억 원, 순이익 -40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1%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이 가운데 순이익의 적자전환은 지난 2013년 1분기(-312억 원) 이후 6년 만이다.

OCI의 적자는 폴리실리콘 중심의 사업구조와 관련있다. 주요 사업부문은 베이직케미컬, 카본케미컬, 에너지솔루션이다. 이 가운데 주력은 베이직케미컬 부문이다.

주로 무기화학제품들을 생산하며 주요 제품은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산업 관련소재다.

핵심수익원인 이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날개없이 추락한 것이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23일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고순도(9N)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kg당 8.08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가격대에서는 본전은 커녕 손실만 본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보통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kg당 13~14달러 수준으로 본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13달러 아래로 이탈하면, 생산업체들은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

OCI가 연 7만9000t(톤)으로 폴리실리콘생산 세계 2위 업체고, 폴리실리콘이 전체 매출의 약40%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며 지금 폴리실리콘 가격대로는 팔수록 손실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실적의 최대 변수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현재 정상가격 아래로 급락하는 상황”"폴리실리콘 가격은 현재 8-9달러 수준으로 이미 대부분 업체들의 현금 원가 이하다"며 이라고 말했다.

◇이우현 부회장 지배력 취약, 신사업 전망 기대보다 불안


문제는 안팎의 변수들로 실적회복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적악화에 결정타를 미친 폴리실리콘 가격의 급락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서 비롯됐다.

중국정부는 태양광 신규 공장 건립시 3년가량 법인세를 면제해주며 설비 보조금 일부 지원과 세금 환급정책을 실시 중이다.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덤핑판매가 이어지며 치킨게임(극단적인 가격 경쟁)으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보급정책에서 소외를 받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보급에만 쏠린 탓이다. 정부가 자가소비 목적의 재생에너지설비 설치에 대한 지원을 늘리며, 지난해 태양광설비 신규설치량은 2.0GW(기가와트)로 보급목표인 1.7GW를 훨쩍 넘었다.

W(와트)는 태양전지의 생산·판매량을 표시하는 단위로 1GW는 태양빛을 1시간 받으면 1GW의 전력을 생산하는 분량의 태양전지를 뜻한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제품과 출혈경쟁을 벌이며 정부의 보급위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OCI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도 더 큰 문제는 취약한 지배력에 따른 리더십의 부재다. 특이하게도 공정거래법상 OCI의 총수는 이우현 부회장이나 최대주주는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OCI의 최대주주는 이우현 부회장(5.04%)이 아니라 이화영 유니드그룹 회장(5.43%)이다. 이어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5.02%)이 3대 주주다. 이들은 이부회장의 숙부로 지분을 보면 이화영 회장에도 뒤지고 이복영 회장과도 격차도 0.2%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배력이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사업 전망도 밝지 않은 것도 이우현 부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 부회장이 폴리실리콘 수익성악화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반도체 웨이퍼용 시장, 바이오진출을 택했다.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모노웨이퍼용 고순도 폴리실리콘 비중을 늘리고 반도체 웨이퍼용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부가가치를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의 경우 지난해 7월 부광약품과 지분 5대5의 합작벤처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하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제조 등을 위하여 향후 5년간 연 100억 원 이상 공동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1월엔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벤처기업인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9%를 확보했다.

이 같은 사업다각화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불안이 앞선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지난 2010년에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시장진출을 선언했으나 매출처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바이오의 경우 되레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으로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사업마저 실패로 드러날 경우 이우현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며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도 많지 않은데다, 취임 이후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등 이우현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경영능력을 문제로 삼아 경영권분쟁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경영책임이 뒤따르는 대규모 사업재편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리더십 부재 속에 실적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권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성 후퇴, 안정성 보통, 수익성 흐림


● 투자지표

OCI의 지난 1분기 연결실적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안정성만 유지되고, 성장성, 수익성 모두 정체되는 모습이다.

40%의 매출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며 전체 재무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먼저 안정성의 잣대인 유동비율은 보통 수준이다. 23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 기준)은 1분기 기준 242.8%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1분기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1조9421억 원, 유동부채는 7999억 원이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OCI의 경우 유동비율이 약 200% 중반대로 양호하다. 특히 기말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6487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갑작스런 외부충격을 견딜 수 있다.

단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62.4%로 우수하다. 1분기 기준으로 OCI의 부채는 2조1554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3조4545억 원이다.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은 튼튼하다고 하겠다.

1분기 기준으로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 적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비영업)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 1.5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 이자의 빚을 갚을 수 있다. 영업이익 적자로 1분기에 약 143억 원 규모의 이자비용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매출은 꺾이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은 -25.1%로 뒷걸음질쳤다. 비용에 속하는 판매와관리비증가율은 7.7% 소폭 늘었다.

이에 따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증가율은 -25.1%로 하락추세가 뚜렷하다.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은 적자로 돌아섰다.

수익성은 낙제점이다.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6418억 원,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은 1.9%에 불과하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를 영업수익으로 나눈 EBITDA 마진율은 5.8%다. 영업이익률은 -6.3%다.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수익성도 신통치 않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2.9%다. 지배주주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자기자본이익률(ROE)는 -4.6%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하겠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