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첩약의 보험적용 필요성과 보험재정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2020~2021년 중 급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첩약은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한 약봉지(첩)에 싼 것으로 한약제의 대부분이 해당된다.
지난 4월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에 이어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화도 추진되면서 보험업계는 과잉진료 등으로 인한 진료비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첩약의 경우 추나요법보다 단가가 높아 손해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6개 대형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였다. 올해 실손보험의 연간 누적적자는 손해보험사 기준으로 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도 첩약 급여화로 손해율 악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은 현재 급여 뿐 아니라 비급여 진료도 모두 보장하고 있어 첩약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를 이용하는 빈도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사고로 인해 지급된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는 1조1659억 원을 기록했다. 이중 한방진료비는 4539억 원으로 2014년보다 145.27% 급증했다.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9.2%, 2015년 24.2%, 2016년 29.2%, 2017년 33.4%, 2018년 38.9%로 해마다 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활용해 고액의 도수치료를 받는 것처럼 비싼 한약을 실손보험을 이용해 지어먹는 일이 흔해질 것”이라며 “자동차보험은 지금도 한방 치료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번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평소에 아팠던 부분까지 사고로 인한 증상이라며 한방병원에서 장기간 통원치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한방으로 인한 치료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