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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정책에 한전 '울고', 가스공사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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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정책에 한전 '울고', 가스공사 '웃고'

상반기 한전 1조 영업적자, 가스공사 1조 영업이익 '희비 교차'
가스공사 LNG요금 인상 '호재', 한전은 누진제한전공대 '비용 가중'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양대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1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11%나 증가한 1544억 원으로 추정된다. 일부 증권사는 1897억 원까지 전망하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앞선 1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18.3% 늘어난 849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가스공사는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러한 실적 배경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확대, 도시가스 요금 인상, 해외사업 성과 등이 깔려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4.5% 인상한다고 지난 달 5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4.2% 인상 이후 1년만에 다시 4%대 요금 인상이다.

정부의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 시행 지침'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은 2개월마다 해외 가스 수입비용 증가분을 반영해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업계는 비록 정부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에도 공공요금 인상 부담을 감안해 2개월마다 이를 반영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가스공사는 그나마 원료비 연동제가 잘 지켜지는 경우라고 보고 있다.
가스공사가 탐사단계부터 참여해 지난해 12월 상업가동에 들어간 호주 프렐류드 가스전 개발사업도 가스공사의 상반기 해외사업 실적을 견인한 주요 요인이었다.

원전 가동률의 하락에 따른 발전용 LNG 사용량 증가는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워낙 낮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LNG 발전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사용량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발전용 LNG 사용은 가스공사 실적 향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반면에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올해 2분기에만 58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돼 가스공사의 실적 호조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분기에 역대 1분기 중 최대 영업적자인 6299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이에 못지않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분기까지 합쳐 한전은 3분기 연속 영업적자에 빠진데다 올들어 상반기에만 약 1조 2000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안게 되는 셈이다.

한전의 실적악화 주원인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전력 구매비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억제가 지목된다.

한전 측은 올해 상반기 실적악화 이유로 국제 천연가스가격 상승, 온난한 겨울날씨, 미세먼지 억제 위한 석탄화력발전 가동중단 등을 들고 있지만, 업계는 원전 가동률 하락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LNG 발전량이 증가한 것을 비롯해 신재생의무공급제도(RPS)보전액 등 재생에너지 구입비용 증가, 전기요금 인상 억제 등 '정책비용'이 주요 적자요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전 가동률은 1분기 75.8%, 2분기 8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54.9%, 2분기 62.7%보다 높아진 수치지만 탈원전 정책 이전의 85%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전력 구매비용이 늘어난 것과 달리 전기요금은 지난 2013년 11월 이후 동결 상태에 머물고 있다.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전기요금을 물가상승 억제의 최후 보루로 여기는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하반기에도 한전과 가스공사 두 에너지 공기업의 엇갈린 희비는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가스공사의 올해 전체 매출이 27조 658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441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일 취임한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친환경연료 LNG를 기존 연료용에서 육상·해상 수송용으로도 활용도를 확대하기 위해 '선박연료용 LNG 벙커링 공급확대', '경유 화물차 연료 LNG 교체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에 한전의 경우, 지난 달 29일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 공개한 한전 자료 '2019~2023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안)'에서 올해 연간 영업손실을 1조 5000억 원, 부채비율을 지난해 98.7%에서 올해 111.8%로 높아질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더욱이 한전은 매년 7,8월 여름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한 만큼 3분기에 이 비용 약 3000억 원이 더 얹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달 25일 전남 영광 한빛 원전에서 발견된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의 대형 공극(구멍)으로 원전 전반에 걸친 점검과 보수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원전 가동률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전은 이달 '광주·전남범시도민지원위원회' 출범을 앞둔 한전공대 설립 사업도 역시 오는 2022년 개교 전까지 약 6000억 원의 설립비용을 일차로 한전이 부담하기로 해 적자 가중에 따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순위에서 5위, 17위를, 국내 36개 공기업 순위에서는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공기업은 오는 13~14일께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