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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백색국가 제외…韓 반도체·DP·배터리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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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백색국가 제외…韓 반도체·DP·배터리 ‘초비상’

수출규제 대상 품목 3개에서 1100여개로 확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뉴스를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뉴스를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2일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함에 따라 반도체·공작기계 업계 등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은 2일 오전 각의(내각 회의)를 열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7일 공포 절차를 거쳐 21일 후인 이달 28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출 포괄허가를 받아온 1110여개 품목이 개별허가 방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 지정된 2004년 이후 3년에 한 번씩 포괄적 수출 허가를 받아왔다. 앞으로는 매 수출 건마다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개별 수출심사를 거쳐야 한다.

◇3개월짜리 응급처지 연명하는 韓반도체…장기화 시 생명 위태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들은 일본산 수입 비중이 90% 이상일 만큼 그동안 일본 의존도가 높았다.

실제 일본이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소재 3개(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적용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수출 허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일본의 첫 규제 이후 반도체 업계는 황급히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해 적게는 3개월, 많게는 6개월치 핵심 소재 3종 물량을 확보해 당장은 제품 생산에 영향이 없지만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디스플레이·배터리·, 대응책 강구…SK이노, 국내 산업 보호 위해 경쟁사와 공조 검토

앞서 3가지 품목 규제에 영향을 받은 디스플레이 업계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응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기존 거래처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해 시험 생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업계 역시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불안감이 높아졌다.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배터리 분리막과 파우치 필름과 바인더 등 일부 공정용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G화학이 최근 '구미형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경북 구미시에 5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수출규제 확대에 대응해 국산화, 내재화를 강화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경쟁업체로부터 배터리 분리막 공급 요청이 있을 시 협조를 적극 검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작기계·자동차 부품도 '비상'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주요 품목에는 공작기계 분야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기계 분야는 일본 의존도가 높고 전략물자로 지정된 제품들이 많아 국내 정밀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공작 및 정밀기계 수출을 제한하면 영향은 기계 업계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와 조선, 건설기계 등 중공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며, 특히 고정밀 가공 부문에 특화돼 있다.

공작기계는 국산이나 독일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나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공작기계 완제품이 아니라 '공작기계 수치제어반(NC)'의 수출을 규제하는 경우에도 제조업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일본 업체 화낙(FANUC)의 국내 NC 점유율이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NC는 현대위아나 지멘스, 하이덴하인 등의 업체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작업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 상당 기간 적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일본산 공작기계와 계측기는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 연구소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완성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