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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은누리 양의 생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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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은누리 양의 생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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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설악산 백담사(百潭寺)에 오세암(五歲庵)이라는 암자가 있다. 처음에는 ‘관음암(觀音庵)’이었는데 나중에 ‘오세암’으로 바뀌었다는 암자다.

이야기 하나가 전하고 있다.

설정(雪淨) 대사가 이곳에서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맡아서 키우고 있었다. 대사는 어느 해 초겨울, 월동 준비를 하러 산을 내려가면서 조카가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말했다.

“이 밥을 먹고 저기 있는 어머니(보살상)를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라고 불러라. 그러면 너를 보살펴줄 거야.”

그렇지만 설정 대사는 돌아올 수 없었다. 폭설이 ‘엄청’ 내려서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이듬해 3월에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조카는 겨우 4살이었다. 조카는 그 사이에 굶어죽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대사는 조카의 시신이라도 수습할 생각이었는데, 법당 안에서 목탁소리가 은은하게 울리고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이미 죽었을 것으로 알았던 조카가 목탁을 두드리며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

조카는 대사가 들어서자 보살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엄마가 나한테 밥 주고 놀아줬어.”

기적이었다. 조카는 무려 3개월 이상을 먹지 못한 것 같은데도 살아 있었던 것이다. 대사는 합장하고, 또 합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조카는 나이가 한 살 더 들어서 5살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암자의 이름을 ‘오세암’으로 고쳤다는 이야기다.

청주에서 실종되었다가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긴 여중생 조은누리(14)양도 기적이라고 할 만했다. 장맛비와 폭염을 열흘이나 견뎌내고 기적처럼 생환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2급인데다 체력이 약했고, 게다가 발목 상태까지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서 더욱 그렇다.

조양은 실종 당시 옷차림 그대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랬으니, 아무리 한여름이라고 해도 산 속의 밤은 춥고 또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먹을 것도 없이 어린 학생이 열흘을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고 있었다. 근처에 흐르는 물만 마시고 있었던 것 같다는 보도다. 그런데도 약간의 외상을 빼면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했다.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조양을 찾느라고 애를 쓴 연인원 5700여 명의 수색대원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희한한 행패 때문에 짜증나는 뉴스가 넘치는 가운데 모처럼 국민을 안도하게 만든 흐뭇한 소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무사히 돌아와 고맙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고 있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