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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분에 안건 1개 처리”… 기업이라면 벌써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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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분에 안건 1개 처리”… 기업이라면 벌써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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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TV를 보면 국회에서 안건을 처리할 때 진행자가 의사봉을 내리친다. “땅∙땅∙땅”이다.
지난 2일의 경우, 국회에서는 이 “땅∙땅∙땅” 소리가 아마도 수백 번 넘게 울렸을 것이다. 불과 2시간 41분 사이에 무려 146건에 달하는 ‘민생 법안 및 인사 관련 안건’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랬으니, “땅∙땅∙땅…∞”이었다.

2시간 41분이면 161분이다. 161분 사이에 146건의 안건을 처리했으니, 한 건에 1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국회에서는 1분이 멀다하고 “땅∙땅∙땅”이었다. 언론의 표현 그대로 ‘벼락처리’였다.

그 안건의 명칭이 결코 짧지 않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띄어쓰기를 고려하지 않고도 글자 수가 19자나 되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19자였다.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18자였다.

안건의 면밀한 검토는 고사하고, 명칭을 제대로 읽어보기도 바빴을 것이다. 국회의원도 헷갈릴 정도였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을 불러온다고 해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만약에, ‘민간기업’이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수십, 수백 건의 사업을 ‘일사천리로’ 결정한다면 그 기업은 어떻게 될까. 제대로 굴러갈 재간이 있을 수 없다.
우선, 소비자들이 불안해서 그 기업의 제품을 외면할 것이다. 주주들은 그 기업의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면 그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도 남았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국회는 멀쩡했다. ‘무더기 처리, 지각 처리’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도 끄떡도 없다. 그야말로 대단한 국회가 아닐 수 없다. ‘신이 내린 국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경안’은 또 어떤가. ‘장장’ 99일 만에 처리되고 있다. 하루만 더 끌었더라면 100일을 채웠을 뻔했다. 그 와중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는 음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온갖 특혜는 빠뜨리기 싫은 게 대한민국 국회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