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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가 말하는 자동차 이슈] “한일 갈등, 對日 적자를 흑자로 만드는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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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가 말하는 자동차 이슈] “한일 갈등, 對日 적자를 흑자로 만드는 시작점”

김필수 교수.
김필수 교수.
지난달 3일 일본이 3개의 핵심 소재에 대해 한국 수출 금지령을 내린데 이어, 한달만인 이달 2일에는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다.

이번 백색 국가 제외로 우리나라는 1152개의 핵심기술과 품목의 수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 학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를 5일 만났다.

- 일본의 2차 경제보복으로 우리나라가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대부분의 소재, 부품, 제품 등이 통제를 받게 됐습니다만.

▲ 모든 산업분야가 망라돼 어디부터 문제가 터질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 입니다. 시행 전까지 3주간의 완충기간이 있어 정치·외교적으로 해결되는 게 바람직 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 관련 제품 등의 수출 여부가 일본 정부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인데요.

▲ 양국이 ‘강대 강’의 논리로 맞서고 있고, 무역 등 경제적인 부분까지 총망라된 만큼 해결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제무역기구(WTO) 등 국제 사회에 호소도 필요하고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한계가 있는 민큼 우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경제보복을 시작으로 백색국가 제외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을 옥죄겠다는 뜻인데요.

▲ 항상 하는 말이지만, 수입·수출 다변화와 원천기술의 국내 양산은 기본이고 그 동안 소홀 한 소재와 부품, 첨단 기계에 이르기까지 국산화를 차근차근 진행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고, 자괴감도 들지만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 전체가 ‘전투 태세’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작금의 상황은 ‘경제 전쟁’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규제가 일거에 풀려 긍정적인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기술 독립을 위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죠.

- 다양한 분야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핵심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 대한 기술 독립도 절실 한데요.

▲ 국산차 산업은 일본의 미쓰비시나 닛산, 마쯔다 등에 의지하면서 발전했습니다. 현재는 독자 산업으로 발돋움 했지만, 자동차는 다국적 소싱으로 이뤄지는 만큼 일본 제품, 기술과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볼 수 없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어디까지가 ‘내 몸인지 네 몸인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 친환경 차는 상대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나요.

▲ 전기차 배터리용 파우치 필름, 수소탱크용 탄소섬유, 전자회로에 많이 적용하고 있는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등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당 부분은 대체가 가능하고 이미 개발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국산화 하면 되는 소재와 부품도 있죠.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부품과 소재 생산을 위한 정밀공작기계라 할 수 있습니다. NC 머신이라고 공장기계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등 상당수가 일본제입니다.

- 이번 통제로 당장 문제가 발생하나요.

▲ 아닙니다. 기계를 운영하다 고장이 나면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부품 생산 중단은 연쇄효과로 완성차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죠. 여기에 자동차는 철저한 수직 하청구조이고 연속성이 강한 제품이라 연쇄 파동효과가 매우 큽니다.
종전 현대차 1차 협력사인 피스톤링 제작 업체의 파업으로 현대차 공장이 멈춘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 심각한데요. 자동차 부품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그렇죠. 자동차 부품의 경우 수개월 치의 예비 부품을 확보라고 있어 다행입니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산차 산업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부품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산업에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수직 하청구조인 4~5차 부품사까지 확인해 자동차 산업계의 철저한 실태파악을 하고 수입 다변화 정책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그 고통은 일본보다 수십배 클 수 있습니다. 손실도 클 것이고, 망하는 중소기업도 발생할 겁니다.
한국 전쟁 이후 70년의 짧은 기간 우리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과 도약을 거듭 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결국 극복해야 합니다.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지만 일본의 기술적 종속을 벗어나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 수출 적자를 흑자로 만드는 시작점을 이번 기회로 잡았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매년 200억 달러(24조32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2013년 253억7000만 달러, 2014년 215억8000만 달러, 2015년 202억8000만 달러, 2016년 231억1000만 달러, 2017년 283억1000만 달러(34조4300억 원), 지난해 239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각각 달성했다.

한편, 정부는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개소하는 등 기업 지원책을 대거 마련하고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