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는 이들 제품 가운데 가장 급한 품목으로 알려진 고순도 불화수소 확보를 위해 국내외 업체들의 제품을 끌어모아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가 이처럼 비상이 걸린 것은 이들 소재 제품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순도불화수소 재고는 2.5개월에 불과하다고 빍힌 바 있다.
업계에선 소재 국산화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은 중국, 유럽, 미국 등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확보된 지역에서 대체품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패브리케이션 연구소 다카유키 유노우에 국장은 최근 JB프레스에 일본 수출 규제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기고를 실었다.
기고에 따르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재고가 없어지면 LG전자의 OLED TV 생산이 중단된다. 또 포토 레지스트의 재고가 바닥이 날 경우 삼성전자의 7나노미터(nm) 공정의 첨단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해져 스마트폰 갤럭시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재 양산중인 D램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없지만, 차세대 D램 개발이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점유율 72.6%를 차지하고 있는 D램과 39.4%인 낸드 생산이 1~2개월 중단되면 세계 전자 기기 및 통신장비 업계는 혼란에 빠진다.
D램 출하가 두달간 중단될 경우 2억3000만대의 스마트 폰, 4300만대의 PC, 2500만대의 태블릿, 2785만대의 SSD, 217만대의 서버, 그밖에 각종 디지털 가전의 생산 피해가 예상된다.
화웨이 등 스마트 폰 제조사 미국 휴렛패커드(HP), 델(Dell) 등 PC 및 서버 제조업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실리콘 웨이퍼 등 각종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소재와 가스 사업들도 위기를 맞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메모리시장 회복과 함께 설비 투자 재개가 기대됐지만 지금 상황에선 장비 주문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코터(93.6%), 열처리 장비(48.7%), 배치 타입(90.5%), 싱글 웨이퍼 세정 장치(67.3%), 측장 전자 현미경(74.1%) 등 반도체의 전공정, 검사공정, 후공정에 걸쳐 필요한 각종 장비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중단은 고스란히 이들 업체들에게도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3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구축해온 국제 공급망이 다시 시련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