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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8월 8일이 무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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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8월 8일이 무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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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申采浩∙1880∼1936)의 많은 작품 가운데 ‘꿈하늘(夢天)’이라는 글이 있다. 1916년에 쓴 소설이다. 거기에 ‘무궁화에 관한 노래’가 들어 있다.

“이 꽃이 무슨 꽃이냐/ 희어스름한 머리(白頭山)의 얼이요/ 불그스름한 고운 아침(朝鮮)의 빛이로다/ 이 꽃을 북돋우려면/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핏물만 뿌려주면/ 그 꽃이 잘 자라리/ 옛날 우리 전성할 때에/ 이 꽃을 구경하니 꽃송이 크기도 하더라/ 한 잎은 황해, 발해를 건너 대륙을 덮고/ 또 한 잎은 만주를 지나 우수리에 늘어졌더니/ 어이해 오늘날은/ 이 꽃이 이다지 야위었느냐/… 이 꽃이 어이해/ 오늘은 이 꼴이 되었느냐.”

신채호는 이렇게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제국주의 일본은 우리 꽃 무궁화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아이들에게는 무궁화를 똑바로 쳐다보면 눈동자가 꽃잎처럼 빨갛게 변한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눈병이 생긴다고 겁을 준 것이다.

일본제국주의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은 무궁화를 ‘눈에피나무’라며 피해 다녔다. 무궁화를 보면 눈에 핏발이 선다고 해서 ‘눈에피’였다. 거기다 ‘눈에피병’은 전염성이 강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무궁화나무 앞을 지날 때는 침을 3번씩 뱉어서 ‘액막이’를 해야 눈병을 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궁화에는 비료를 뿌려줘도 안 된다고도 했다. 그 바람에 무궁화는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없었다. 잎과 줄기가 약해져서 진딧물이 끓게 되었다.

게다가 양지바른 곳에는 무궁화를 심지 못하게 했다. 햇볕이 잘 안 드는 뒷간이나 쓰레기통 근처에만 심도록 허용했다. 무궁화는 오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야 했다. 신채호는 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일제는 벚나무를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강제합병’ 이듬해인 1911년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더니,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제법 자란 1924년부터는 야간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밤 벚꽃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일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벚꽃을 심었다. 관공서, 큰길가, 유원지 등에는 벚꽃이 넘쳤다. 온 나라가 벚꽃 천지였다. 그 바람에 무궁화는 사라지고, ‘사쿠라’만 늘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벚꽃놀이에 빠지고 말았다. 벚꽃의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빠르다, 늦어진다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언론은 언제쯤이 ‘벚꽃의 절정’이라는 등의 보도를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인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지금 온 나라가 ‘경제왜란’, ‘기해왜란’을 외치고 있다. 일본을 성토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궁화의 날’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나라꽃 무궁화 축제’가 열린다는 언론 보도 따위는 관심 밖이다.

그렇더라도 오늘,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날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