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B씨는 대출 경험이나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절 받았다. B씨는 신용등급은 좋았지만,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시스템에 B 씨의 신용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씬 파일러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약 1303만명으로 추산됐다.
씬 파일러는 신용평가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2년 내 신용카드 사용 이력, 3년 내 대출 경험이 없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자를 뜻한다.
기존 은행의 대출 심사는 여·수신·카드 실적과 연체 이력 등 금융정보 중심으로 신용평가를 진행했다. 은행들은 이 자료를 넘겨받은 뒤 다시 신용평가시스템(CSS)에 입력하고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 금리 등을 결정했다. 고객의 신용도는 대개 소득 등 금융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는 맹점이 있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권에서도 대안신용방식으로 신용평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대안 신용평가 방식은 통신회사가 통신정보를 활용해 산출한 통신 등급을 금융사 등 제 3자에 제공하면 은행에서 텔코 정보를 이용해 고객의 신용도나 신용거래능력을 재평가하는 방식을 뜻한다. 소득이나 재산, 과거 대출 상환 내역 등이 아닌 통신 정보로 개인 신용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비대면 전용 대출상품 ‘우리 비상금 대출’을 내놨았다. 아예 통신사 신용등급으로만 여신심사를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도 신용대출 심사에서 거절 판정이 뜬 고객들 가운데 통신정보에 기반한 심사 절차를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 SKT와 LGU+의 통신정보까지 반영한 재평가 CSS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핀테크 업체 '핀크'는 SKT의 통신 기록으로 신용을 평가하고 대출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오는 10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약 1800만 명이 기존 신용등급으로 대출받을 때보다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거나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는 게 핀크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안 신용평가 도입으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 파일러(Thin filer)’들도 비금융정보를 바탕으로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기회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