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코레일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에 "권력형비리 엄정 처벌" 국민청원...진위는?

공유
3

코레일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에 "권력형비리 엄정 처벌" 국민청원...진위는?

"특정업체 봐주기 선정" 배임 또는 직권남용 주장 게시글 올라와
3개 컨소시엄 중 한화 최종 선정...탈락한 메리츠측 불복 소송 예고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안 조감도. 사진=한국철도공사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안 조감도. 사진=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우선협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탈락한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이 '특정업체 봐주기'로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주장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코레일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파괴한 코레일의 권력형비리를 엄정하게 처벌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은 "서울역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서울역사업)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존재해 코레일의 배임행위 또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역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5만791㎡(코레일 소유 3만1920㎡ 포함)을 개발하는 1조 3000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강북판 코엑스'라 불린다.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했고 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과 삼성물산컨소시엄,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 등 총 3개 컨소시엄이 응모, 지난달 9일 코레일이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문제는 3개 컨소시엄 중 최고 입찰가를 내 지난 4월 사업평가위원회 평가결과 1위를 차지했던 메리츠컨소시엄이 최종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국민청원 게시글에 따르면 최종선정에 탈락한 컨소시엄 즉 메리츠컨소시엄은 코레일로부터 금융위원회 사전승인을 받아 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의결권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게시글과 메리츠컨소시엄에 따르면 메리츠컨소시엄은 사업시행자가 아닌 공모제안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SPC) 정관 등 아직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전제로 금융위의 사전승인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메리츠컨소시엄이 경쟁 컨소시엄들보다 2000억 원 이상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1위로 평가되자 코레일이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메리츠컨소시엄 측은 금융위에 사전승인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금융위는 시기상 승인이 부적절하다는 회신을 보내왔다는 것이 메리츠컨소시엄 측의 주장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우선협상자 선정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7일 등록돼 9일 정오 현재 632명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우선협상자 선정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7일 등록돼 9일 정오 현재 632명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이러한 이유로 국민청원 게시글은 코레일이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재량을 넘어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은 "코레일 공모지침에 따르면 우선협상자 선정 절차는 사업신청서 접수단계에서 적격·부적격을 판단하고 사업평가위원회에서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사업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코레일은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1위가 정해진 뒤에 임의적인 잣대로 적격·부적격을 다시 평가했다"며 "이는 코레일이 자신의 공모지침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특정 업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썼다.

국민청원 게시 방침에 따라 이 게시글은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코레일은 30년간 서울역 서부역사를 함께 운영해 온 '00역사'와 유착된 의혹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역 서부역사는 한화역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한화역사는 이번 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게시글은 "2014년 단독입찰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가 사업성을 문제삼아 시행을 포기해 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00그룹의 계열사로 구성된 00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지적해 한화컨소시엄과 코레일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이 게시글은 "2018년 공기업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 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코레일이 2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은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컨소시엄은 코레일의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해 가처분소송을 신청한 후 본안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컨소시엄에 지분 10%를 참여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최근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고 서울역사업 부지 바로 맞은편 봉래도시정비구역에 20층 규모의 빌딩을 신축, 오는 2022년 말 이후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통일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마주보는 서울역사업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금산법 제24조에 분명 해당 행위와 관련해 미리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코레일은 50일간의 충분한 기간을 두고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요청했으나 메리츠컨소시엄 측이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아 부득이 2순위 업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1차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1차 심사의 1위를 탈락시켰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이후 진행된 2차 심사에서는 금산법과 같은 관계 법령상 사업주관자로서의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전문가들과 함께 심의한 것으로 1차 심사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만일 메리츠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면 금산법 위반에 따른 자격불비와 이에 따른 이의제기, 소송 등이 이어져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소송전이 벌어지면 사업이 장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고 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 방향이 전면 수정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