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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 시중 유동성 관리 '비상'...원·달러 환율 1250까지 오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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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 시중 유동성 관리 '비상'...원·달러 환율 1250까지 오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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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미·중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번지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과 투자 등 향후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도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인 가운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6월 말 대비 5.0%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154.7원에서 1214.9원으로 60.2원 상승한 것이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1223.0원까지 치솟았고 당분간 1200원 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가용 가능한 외환 보유고가 줄고, 경상수지도 감소해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한국은 수출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또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0%대 낮은 인플레이션이 해소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안전자산을 선호해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될 수 있고 본격적인 불황으로 이어지면 기업들의 투자가 줄고 소비도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환율 상승에 대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다”며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하고 미·중 갈등과 한일 경제전쟁 리스크에 우리 경제가 더 허약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환율전쟁이 계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행되던 시기의 달러당 12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환율 위기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지만 궁극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한은이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를 또 내릴 경우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미국을 따라 금리를 내리며 통화완화정책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 인하가 시장 불안을 유발해 오히려 성장을 더 망가뜨리는 결과를 낼 수 있어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 흐름과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외국 자금이 유출될 경우 유동성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 채권 자금은 3억 1000만 달러로 5개월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로 환산한 원화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일본 수출 규제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 데다가 그동안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위안화와 원화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흐름을 같이 해왔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 현상은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환헤지는 주로 선물환이나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를 통해 이뤄지는데, 위안화에 비해 원화가 유동성이 풍부해 거래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경기 부진과 환율 등 매크로 변수의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경우 국내 은행의 신용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수출규제가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채철 KB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여건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0%, 2.2%로 각각 0.2%포인씩 하향 조정했다“며 ”미·중 무역 분쟁이 내년에도 지속되면 수정전망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