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8일 볼보 SUV XC40을 타고 서울 강변북로를 달렸다.
XC 시리즈 3종류 차량은 특성에 맞게 차체 크기와 안전편의 사양, 가격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90의 전장(차제 길이)은 4950㎜, 전폭(차체 너비)은 1960㎜, 전고(차체 높이)는 1775㎜, 휠베이스(축간거리: 차량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까지의 거리)는 2984㎜로 XC시리즈 가운데 가장 크다.
XC90이 볼보 플래그쉽 모델로 통하는 이유다. 60은 전장 4690㎜, 전폭 1900㎜, 전고 1660㎜, 휠베이스 2865㎜로 90보다 작지만 가족 차량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XC40은 전장 4425㎜, 전폭 1855㎜, 전고 1635㎜, 휠베이스 2679㎜로 XC시리즈 가운데 가장 작아 주로 2030세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기아차 스포티지 2.0(각각 4485㎜, 1855㎜, 1635㎜, 2670㎜)과 비슷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XC40은 가족이 타기에 적합한 차종이다.
XC40은 날렵했다. 90과 60보다 차체가 작기 때문이다.
헤드라이트는 최근 볼보의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라이트 중앙을 오른쪽으로 90도 눕힌 ‘T’ 모습이 자리를 잡아 전면 디자인에 특별함을 줬다. 측면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기하학적 스포크의 19인치 알로이 휠은 XC40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뒷받침했다.
XC40의 후면 디자인은 두드러진 변화가 눈에 띄었다. 90과 60의 후미등은 차 지붕에서부터 트렁크 도어 중간까지 길게 내려오면서 다소 안쪽으로 꺽인 ‘┗’과 ‘┘’ 형태다. 그런데 40 좌우측 등은 각각 ‘┘’과 ‘┗’로 등 아래가 바깥쪽을 향했다.
트렁크 도어 굴곡도 후면부에 풍성함을 보여줘 크롬 재질의 하단 더블배기구는 90, 60과 같다.
스마트키를 갖고 1열 도어를 열자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XC40이 XC시리즈 정체성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최근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외 고객을 흡수하기 위한 볼보의 전략인 셈이다.
XC40이 2030세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을 위한 차량인 만큼 실내 디자인이 90, 60보다 단순화 되면서 절제미를 강조했다.
10인치에 가까운 대형 LCD(액정표시장치)는 그대로지만 송풍구과 차량 조작버트, 크리스탈 기어 노브 등이 각각 깜찍하게 작아졌다. XC40 도어내 캐치는 큰 크기에 크롬으로 만들었다.
시동을 걸었다. 90과 60은 조그셔틀 방식으로 버튼을 돌려 시동을 걸었지만 40은 버튼식이다. 역시 2.0 가솔린 터보가 정숙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사거리에서 영동대로를 잡기 전까지 테헤란로에 차량이 많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사이 XC40 차량 좌우측 후면 사각지대에 차량이 들어오자 사이드 미러 바깥쪽에 빨간 곡선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추돌 위험 가능성이 커지자 XC40은 지체 없이 경고음을 내고 스스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운전자가 시속 50㎞ 이하로 달리다 추돌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을 경우 차량 스스로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XC40에도 실렸기 때문이다. 볼보는 기 기능을 2010년대 초부터 볼보 모든 차량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영동대교 진입 직전 시속 60㎞의 과속 감시카메라를 만났다. 90과 60이 헤드업디스플레이로 앞 유리에 노란색으로 카메라를 표시했지만 XC40은 계기판에 파란색 카메라를 띄웠다.
영동대교 빈 구간에서 속도를 냈다.
XC40은 즉답성으로 8초 초중반의 제로백(엔진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1800rpm에 이어 120㎞(2200rpm)를 찍었다. XC40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m의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XC40은 초반 가속에서 킥다운(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속도는 올라가지 않고 rpm만 올라가는 현상) 없이 부드러운 가속 능력을 보였다. 볼보 터보 엔진과 변속기 제작 기술이 세계 최고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기자는 영동대교 북단에서 구리 방향으로 나갔다. 차량이 뜸하지만 천호대교를 지나기 전까지 곡선구간이 다소 있었다.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160㎞로 올리고 회전했다. XC40 T4가 터보이면서 상시 4륜구동인 점을 고려했다.
90과 60처럼 40역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4륜구동이라 오버스티어링(뒷바퀴 굴림 방식 차량의 경우 회전 구간에서 회전각에 맞게 운전대를 꺾기 전에 바퀴가 밖으로 튀어나가는 현상)이나 언더스티어링(앞바퀴 굴림 방식 차량의 경우 회전 구간에서 회전각에 맞게 운전대를 꺾기 전에 바퀴가 안쪽으로 밀리는 현상) 없이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옆차가 갑작스레 끼어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탁월한 제동 능력을 지닌 XC40이 큰 충격이나 요동이 없이 속도를 줄였다. 차는 잘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서는 게 더 중요하다.
XC40 T4는 속도를 즐기는 2030을 위해 시속 240㎞ 까지 무난히 올릴 수 있다. 타이어 기호는 99(775㎏ 적재 가능)V(240㎞ 주행 가능)다. 그러면서도 2.0 터보 엔진은 수동 겸용 자동8단 변속기와 조합으로 연비 10.3㎞/ℓ(4등급)를 실현했다.
XC40의 오토파일럿과 어댑티브오토컨트롤 시스템 등을 경험했다. 90, 60과 마찬가지로 운전대 왼쪽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튼 왼쪽 ‘◀’이 어댑티브컨트롤, ‘▶’이 오토파일럿이다.
이미 볼보가 2010년대 초부터 오토크루즈컨트롤(ACC)을 상용화 해 두 기능 모두 탁월했다. 어댑티브컨트롤로 속도를 설정하면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좁히거나 넓히면서 전진했다. 지정체 구간에서 유용한 기능이었다.
왼쪽버튼을 눌러 오토파일럿을 선택하면 직선과 회전 구간에서 차량 스스로 주행했다. 일부 업체의 자율주행 기능이 곡선과 끼어드는 차량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과 크게 차이가 났다.
XC40의 2열 레그룸(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 은 최근 서구화된 한국인 체형을 고려해 신장 180㎝ 이상인 탑승객에도 넉넉했다.
여기에 야외활동이 많은 운전자를 위해 2열을 6대 4로 접을 수 있게 했다. 트렁크 룸과 뒷좌석을 연결하는 스키스루를 2열을 접지 않고 이용하면 길이가 긴 짐도 무리 없이 적재할 수 있다. 2열을 접으면 고시원 이사도 가능한 1600ℓ 이상의 적재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중으로 된 스키쓰루 앞부분만 내리면 2열 중앙에 팔걸이와 컵홀더 기능이 생겼다.
XC40, T4 인스크립션 4륜구동의 가격은 4620만원부터 5080만원으로 합리적이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볼보 핵심 차종인 SUV XC시리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XC 시리즈를 앞세워 올해 판매 1만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