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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치가 ‘눈독’ 들이면 연금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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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치가 ‘눈독’ 들이면 연금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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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밝혔다.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2005년 5%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뉴딜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 ‘뉴딜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돈’부터 확보하려는 듯했다. ‘10조 원’의 비용 얘기부터 꺼낸 것이다.

더구나 그 ‘재원’도 문제였다. ‘연기금 등 민자’라고 했다. 국민연금의 여유재원 가운데 일부를 노인센터∙공공보건의료시설∙대학기숙사∙학교 수영장 건설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연수시설, 지방관공서 등도 짓겠다고 했다.

사업을 확실하게 정해놓은 다음에 소요되는 경비를 따지는 게 순서일 텐데, 노무현 정부는 서두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국민연금의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뉴딜’이라는 용어를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뉴딜정책은 ‘대공황’으로 만신창이가 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는데, 당시 정부는 경제가 나쁘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랬던 정부가 난데없이 ‘뉴딜’이었다.

이 ‘정치논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또 불거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비상장 소재∙부품업체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서 국민연금을 동원하자는 것이다.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은 ‘여성친화기업’에 연금의 투자를 더 많이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다. 이를 내년 업무계획에 담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소식이다.

299개 ‘일본 전범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작년 말 현재 1조23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회수하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주식값이 폭락하자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주식을 사들이도록 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폭락한 주식을 사들이면서 시쳇말로 ‘상투’를 잡아야 했다.

내년에는 세수 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연금을 끌어다 쓰자는 얘기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금은 국내 대표기업에 투자하고도 수익률이 저조한 현실이다. 재벌닷컴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 말 현재 10대 그룹 계열 상장회사의 지분율을 7.76%로 전년 말의 6.62%보다 1.14%포인트 높였다. 하지만 지분가치는 2017년 말 80조8121억 원에서 작년 말에는 66조4511억 원으로 17.8%나 줄었다. 지분율을 높였는데도 지분가치는 추락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글자 그대로 ‘국민’ 것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정치논리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 ‘쌈짓돈’처럼 여기면 국민연금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 노후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