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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소비 고효율 내세워 '전기요금 인상' 연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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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소비 고효율 내세워 '전기요금 인상' 연막술?

경제활력대책회의서 2030년 소비량 14% 감축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발표
전기요금은 원가 반영 '합리적 조정', 주택용 누진제 대신 '계시별요금제' 도입
"계시별요금제 도입 인상 아니다"면서도 내년말 전가구 스마트계량기 서둘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3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3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산업·건물·수송 등 각 부문의 저효율 에너지 소비구조를 대폭 손질해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기준수요 대비 14.4%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인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산업·건물·수송 전 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을 통해 고질적인 저효율·다소비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고효율·저소비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이 담겼다.

기준수요란 현재의 기술발전, 소비행태, 정책 등이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수요 전망치를 말한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기준수요보다 2960만TEO(에너지를 원유의 톤(t)으로 환산한 단위)만큼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이는 4인기준 2200만 가구가 1년간 소비하는 에너지 양에 해당한다.

이날 발표된 에너지소비 감축계획은 지난 6월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의 에너지소비 감축 목표를 위한 세부계획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한 정부의 복안을 엿볼 수 있는 의미도 있다.

이날 회의에서 우선 전체 에너지소비의 61.7%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은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효율향상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활용확대를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간 에너지소비량이 2000TOE 이상인 다소비 사업장이 자발적으로 정부와 '에너지원단위(TOE/1000달러)'를 개선하기로 약속하는 '에너지효율목표제'를 도입한다.

목표를 달성한 사업장은 우수사업장으로 인증하고 에너지 의무진단을 면제하는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에게는 해당연도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일부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는 FEMS 설치보조금 지원을 늘린다.

건물 부문에서는 미국의 '에너지스타 건물' 제도를 벤치마킹해 노후 건물에 대한 효율평가체계를 마련한다.

효율 우수등급 제품은 '으뜸효율 가전'으로 선정해 소비자에게 구매가격의 10% 가량을 환급해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나아가 형광등의 최저효율 기준을 한계치까지 단계적으로 높여 오는 2027년 이후 신규 제작하거나 수입한 형광등은 판매를 금지해 점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수송 부문은 차량의 연비 향상과 차세대 교통시스템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기술개발,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통해 승용차 평균 연비를 2017년 ℓ당 16.8㎞ 수준에서 2030년까지 28.1㎞로 67.3%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차량과 도로 간 양방향으로 교통정보 실시간 공유가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인 'C-ITS'도 시험장을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2030년 목표 인포그래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미지 확대보기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2030년 목표 인포그래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관련해서는 "전기요금은 적정 원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였다.

또 "이를 위해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 산업·일반용 수요관리형 선택요금제 등 피크 수요 관리를 위한 선택형 요금제 확대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하는 요금제를 말한다. 산업용에서는 계시별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주택용에서는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택용에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대별로 전력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 설치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10월부터 스마트계량기 설치 시범사업을 시작, 내년 말까지 총 2250만 가구에 스마트계량기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파트 개별가구에까지 스마트계량기 설치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은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스마트계량기 보급 추이를 보고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 시기를 결정하겠다"며 "아직 언제 스마트계량기 보급이 완료되고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할지 일정은 잡힌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에 앞서 별도로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할 계획은 없다"며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꼭 요금이 오른다는 의미도 아니다"고 말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추측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전 관계자 역시 "계시별 요금제나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꼭 요금을 올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다만 불합리한 요금체계 개편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개편은 산업부와 합의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재의 국제 연료비 가격수준이나 원전가동률, 신재생에너지 확대계획 등 발전원 구성비를 감안하면 한전의 적자구조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전기요금 인상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용도별 요금제보다 합리적인 전압별 요금제나 계시별 요금제, 그리고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선택형 요금제 등의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정부는 전기요금을 사실상 인상하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회의에서는 한전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대책도 발표됐다.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급자에게 에너지절감 목표달성 의무를 부여하는 '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를 도입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공급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 기업 등 소비자에 절감 효과가 우수한 고효율 설비·시스템 설치를 지원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러한 에너지효율 향상 전략을 통해 에너지 수입액을 10조8000억 원 절감하고 에너지 효율 분야 일자리 6만9000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