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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치가 경제를 잡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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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치가 경제를 잡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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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일본의 반응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책·민간 연구기관장과 간담회를 이같이 우려하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아직까지는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수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우리 경제와 기업에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내년 예산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올해 대비 약 9% 초반대의 총지출 증가율로 약 513조 원대 수준으로 편성 작업 중”이라며 “이 경우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올해 37.2%에서 내년 39% 후반대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예산을 9.5%나 늘린 데 이어 내년에도 9% ‘초반’대로 ‘왕창’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낮춰 잡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보태고 있었다.
이른바 ‘R의 공포’가 우려되고,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일본의 ‘추가 보복’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확장 재정’을 편성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년 경제성장률은 2%, 또는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1∼2% 수준의 경제성장을 하면서 예산을 9%대로 늘리는 것은 과다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작년에 세금이 더 걷히는 ‘세수 호황’을 기록하면서 세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3.5배나 되었다는 국회의 ‘2018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도 있었다.

국민은 홍 부총리가 ‘확장 재정’을 불가피성만 강조했지 다른 부문의 재정을 억제해서 경제 살리기에 투입하겠다는 말은 듣지 못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사업’의 지출을 조금씩 억제하면 가능할 텐데, 들리는 말은 ‘확장 재정’뿐이다. 세금을 쏟아서 억지로 만들고 있는 ‘일자리 예산’만 어느 정도 줄여도 내년 예산 증가율을 ‘9%대’보다는 많이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세금과 은행이자 등으로 지출되는 가계의 돈을 의미하는 ‘비소비지출’이 올해 2분기 월평균 102만 원으로 9분기 연속으로 늘어났다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도 있었다. 비소비지출이 과다하면 국민은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과 함께 내수도 회복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확장 재정’만 고수하려는 것은 내년 ‘총선’ 때문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이를테면, 정치가 경제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죽을상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이른바 ‘사드 보복’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지소미아 보복’까지 추가될 판이다. 정치가 경제를 잡는 현상이 더욱 ‘확장’되는 것이다.

‘경제 회복의 주역’을 맡을 기업들이 그렇게 바라는 ‘규제 완화’는 사실상 시늉뿐이다. ‘P2P 법안’이 국회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는 말을 듣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너무 격해져서 눈물까지 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을 정도다.

대기업집단 전문 데이터서비스 인포빅스 조사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 상장기업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마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가 힘들어서 영업이익뿐 아니라 ‘외형’인 매출액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