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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미국 제치고 로봇시장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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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미국 제치고 로봇시장도 삼켰다

인간 일자리 대체…산업혁명이 21C 로봇혁명으로 부활
산업용 로봇 생산대수 14만8000대…연간 86억달러 시장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는 AI 기술의 연구와 확산으로 많은 산업 분야에서 로봇의 운영 비용마저 줄어들면서, 로봇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는 AI 기술의 연구와 확산으로 많은 산업 분야에서 로봇의 운영 비용마저 줄어들면서, 로봇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로봇기술의 발달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 확산을 앞당기며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18세기 말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던 '산업혁명'이 21세기 '로봇혁명'으로 부활한 셈이다. 게다가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는 AI기술 연구와 확산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로봇의 운영 비용마저 줄어들면서, 로봇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직원 고용 비용을 밑도는 로봇들로 노동자들의 일자리 대체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로봇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일본은 유럽팀을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반면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두 얼굴을 가진 글로벌 로봇시장의 경쟁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 주>

■ 중국 로봇 시장, '42.5억달러' 규모로 성장...세계 30% 차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베이징이촹(亦创) 국제전람센터에서 개최된 '2019년 세계로봇대회' 개막식에서, 중국이 세계 로봇 시장의 30%를 차지해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로봇 국가로 등극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전자학회가 발표한 '중국 로봇 산업 발전보고(2019년)'에서는, 2018년 기준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 대수는 14만8000대로 전 세계 생산량의 38%를 차지했다. 2019년 올해 로봇시장 규모는 86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상반기에 42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로봇 시장의 약 30%를 차지했다. 올해 산업용 로봇은 57억3000만 달러, 서비스용 로봇은 22억 달러, 특수 로봇은 7억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보고서의 수치만으로도, 전 세계 로봇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중국의 로봇 산업도 급속히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동시에, 로봇은 수송이나 조립 등의 전통적인 응용 분야로부터, 스마트화와 정밀화가 진행되는 선진 제조, 의료 건강, 생활 서비스 등의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중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이끄는 먀오웨이(苗圩) 부장은 올해 로봇대회 개막식에서 "로봇의 핵심 기술을 한층 더 향상시켜 응용 부문과 분야를 넓히고, 위험 방지와 법률 및 법규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한마디로 로봇 시장을 평가하면 뉴라운드의 과학기술혁명과 제조업의 융합형 혁신의 중요한 경력으로, 로봇은 신구 에너지 전환 및 경제의 질 높은 발전을 추진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 日 협동로봇 잇따라 출시, 강화·인수·제휴로 유럽팀 맹추격


도입이 쉽고 용도도 다양한 협동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10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최근 금속 고정밀 절삭 분야 최고 업체로 손꼽히는 화낙(FANUC) 등 일본 주요 로봇 업체들은 '안전 펜스'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어울려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 팀에 대한 추격을 목표로 일본 업체들의 인수와 제휴를 포함한 개발 및 판매 체재 강화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엿보이기 시작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의 접촉을 감지하면 작동을 멈추거나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전을 확보한다. 자동차의 용접 등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에 비해 저렴한 반면, 조작이 쉽고 좁은 생산 현장에서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화가 늦어진 중소기업 등에서도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 대책의 비장의 카드로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당초 협동로봇 분야는 유럽 세력이 크게 선행해 왔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BIS 리서치에 따르면, 덴마크의 벤처 유니버셜로봇(UR)과 독일의 쿠카로보틱스 등이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명의 로봇 연구자가 2005년에 설립한 UR는 2008년 말에 첫 번째 협동로봇을 선보인 이후,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대기업과 협력하면서 협동로봇의 안전 기준의 책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재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해 거의 독점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 또한 스마트 공장 촉진 정책 '인더스트리 4.0'을 배경으로 산업 로봇 대기업 쿠카로보틱스와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 등이 잇따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유럽 팀도 비교적 일찍부터 협동로봇을 다루어왔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일본 업체들이 조용히 협동로봇 시장을 탐하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그 세력이 유럽을 압도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동안 안전 펜스없이 사용되는 로봇의 모터 출력을 제한하고 있던 일본은 2013년 말 독자적인 규제가 완화되면서 협동로봇에 대한 개발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점유율 확대보다는 기술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로봇 시장에서도 그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유럽 업체들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2015년에 로봇 시장에 진입한 화낙은 지난해 2월 협동로봇 벤처인 라이프로보틱스를 인수했으며, 원격 제어 가능한 협동 로봇시스템인 '석세서(Successor)'를 개발한 가와사키 중공업은 사용하기 쉬운 프로그래밍의 표준화 등을 목적으로 스위스 ABB와 제휴했다. 또한, 산업용 로봇업체인 야스카와전기도 2017년 협동로봇을 출시했으며, 미쓰비시는 올해 협동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 동유럽 로봇 자동화 급가속, 일손 부족 보충 '최후의 몸부림'


동유럽 각지에서도 제조 기업들의 로봇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그리고 2011년 유럽연합(EU)의 부국(富國)이 노동자 유입 제한을 해제한 이후, 부국에 노동력을 뺏긴 개발도상국들이 부족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로봇을 도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중부 및 동 유럽에서 지난해 도입된 로봇의 수는 2016년 대비 28% 증가한 9900대에 달했다. 또 2020년 말까지 같은 지역의 로봇 출하 연평균 성장률은 21% 정도로 유럽 전체 평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서도, 과거 동유럽 전체의 노동 생산성은 EU 평균을 밑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설비와 자동화에 대한 투자 확대로 노동 생산성은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OECD 데이터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노동 시간에 대한 자본 집약도는 폴란드가 2.9%, 헝가리 2.2%, 체코 1.7%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유럽의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0.7%와 0.3%로 동유럽의 상승세에 훨씬 못미쳤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세계 각국의 당국자와 이코노미스트, 그리고 로봇에게 직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동유럽 기업 자동화의 움직임은 "시장점유율을 잃고 싶지 않은 인력 부족 기업으로서는 '최후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 영국, 2030년 900만개 일자리 로봇으로 대체 '경각심' 일깨워


영국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아내들이 즐겨 읽는다는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올해 초 사설에서, 고용노동부(Department for Work and Pensions, DWP) 통계를 인용해 2030년까지 영국의 882만545개의 일자리가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주부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DWP 통계에 따르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은 자동화 시스템으로의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소매업 종사자이며, 이어 제조업과 기업 행정관리, 서비스 종사자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카피라이터 등 폭넓은 창조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컴퓨터 기술과 자동화 기술의 보급에 따라 로봇으로 대체되는 일자리가 노동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서부 런던의 헤이즈&할링턴(Hayes&Harlington)과 서부 서섹스(Sussex) 및 북부 워릭셔(Warwickshire) 주 등이 꼽혔으며, 에딘버러 남부 글래스고(Glasgow) 북부와 리버풀(Liverpool)의 서부 더비(Derby) 등이 비교적 영향이 작은 지역으로 선정됐다.

낙관하고 수수방관만 한다면, 정말로 인간은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사고와 창의력, 분석, 프로그래밍 등 로봇이 감히 모방할 수 없는 부분을 늘리거나 높은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로봇기술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고도화하는 교육 개혁이 급선무다. 동시에,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일자리 혁신도 필요하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