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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홍콩, 무역전쟁·시위 장기화로 금융·무역허브 지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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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홍콩, 무역전쟁·시위 장기화로 금융·무역허브 지위 흔들

10년 만에 경기침체 현실화…중국 무장경찰 개입태세 등 홍콩 미래 불안감 증폭

홍콩시위의 장기화로 무역·금융 허브 홍콩의 위상이 존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에 반대하는 홍콩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시위의 장기화로 무역·금융 허브 홍콩의 위상이 존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에 반대하는 홍콩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글로벌 금융·무역 허브 홍콩이 대규모 시위에 존망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홍콩이 올들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다가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시위가 3개월동안 이어지면서 성장을 떠받쳐온 기반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기업은 모두 실적악화를 경고하고 있으며 10년만에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져들 전망이다.
대규모 시위로 홍콩의 일상생활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인접지역에 무장경찰부대를 주둔시킨 상황에서 홍콩의 미래는 정치, 금융,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의문이 던져지고 있다.

제프리증권의 주식애널리스트 에디슨 리씨는 "홍콩은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4~6월) 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와 비교해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게다가 시위가 홍콩 전역으로 확대돼 교통차단, 상점가와 관광지 마비, 공항의 잦은 폐쇄 등이 발생한 것은 6월 이후여서 3분기(7~9월)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경기침체에 돌입하는 것은 확실하다.

홍콩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0~1%로 전망하고 있지만 경제분석가들 중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이와(大和) 캐피탈시장의 아시아(일본제외)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빈 라이씨는 "호경기가 몇 년 지속되면 악화로 전환할 경우 침체도 골이 깊다"고 말했다.

홍콩시장 관계자 두사람이 밝힌 소식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그룹 홀딩(BABA.N)은 최대 150억 달러 규모의 홍콩상장계획을 연기했다.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동아(東亜)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중간결산에서 중국에서의 평가손 계상이 영향을 미쳐 75% 수익감소를 기록했다. 동아은행은 시위의 장기화에 따라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최근 결산발표에서 시위에 의한 실적 악영향을 받은 기업은 대형 호텔 상그릴라 아시아, 손목시계와 보석 판매업의 英皇鐘表珠宝(Emperor Watch &Jewellery), 백화점 경영의 利福国際(Lifestyle Int'l) 등 20개사 이상이다.

외식·호텔 산업 종업원 노조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은 경영측으로부터 사업부진을 이유로 이달 무급휴가를 갖도록 요구받았다.

중국본토의 대형관광업체 중국여행총사는 숙박요금 수입이 8월들어 50%나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의 80%를 점하는 중국본토로부터 관광객이 정정불안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회의와 전시회 등 이벤트의 연기도 이어지고 있다. 보석품 업계는 9월에 예정된 세계 최대급 보석품 전시회, 홍콩주얼리 앤드 잼 페어의 주최자에게 연기를 요청했다. 미국의 대형자산운용 블랙록은 9월에 예정하고 있던 회의를 내년 2월로 연기시켰다.

8000개 업체 이상이 가입하고 있는 소매업계단체인 홍콩소매관리협회(Hong Kong Retail Management Association)는 지난 22일 임대료를 반년간 절반으로 하도록 임대인에게 촉구하고 정정악화가 계속되면 소매점의 대부분이 인원삭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정부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행동이 홍콩경제에 손실을 입힌다고 반복해서 경고하며 반정부파의 중요한 요구 전부를 거부하고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달 교육과 공익사업에의 보조와 중소기업 융자 등 모두 24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기업도 소비자도 지출하려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효과가 나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2000년 이후 홍콩의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중국본토의 경기 호조와 중국정부의 경기진작책이 홍콩경제를 살려왔다. 그러나 중국본토는 지금 거의 30년만의 심한 경기후퇴에 휩싸여 있고 부채는 과거 최고수준으로 부풀어오른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강경자세를 강화하는 것이 불안 증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1992년에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때 홍콩에 대해 중국본토와는 다른 관세제도의 적용을 인정했다. 이같은 대우는 홍콩이 충분한 독립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무장경찰 부대의 움직임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