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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관보 1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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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관보 1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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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를 통째로 삼킨 날 그들은 ‘잔치모드’였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특집호’를 발행하고 있었다.

‘중외상업신보(中外商業新報)’라는 신문에는 1면 한가운데에 커다란 ‘조선지도’가 실렸다. “약 9만 평방마일의 국토와 1248만4621명의 인구를 지닌 새 영토를 얻었다”며 감격하고 있었다.

“…만약 국가의 팽창, 발전을 국력 왕성의 결과라고 한다면 대일본제국의 이러한 팽창에 대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온몸으로 전해지는 환희를 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일본 도쿄 시내에서는 ‘꽃전차’가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전차다.

일본 사람들은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일장기를 대문마다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은 통곡을 하는데, 조선총독부는 의기양양해서 ‘관보 1호’를 발행하고 있었다.

제 1조.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 또는 영구히 일본 황제폐하에게 양여한다.”

제 2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전(前)조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한국을 일본제국에 완전히 병합하는 것을 승낙한다.”

일본은 ‘무마책’도 곁들이고 있었다.

제 3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한국 황제폐하·황태자전하 및 그 후비와 후예에게 각각의 지위에 비추어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마지막 임금 ‘순종’을 비웃고 있었다. 임금을 깔봤으니, 일반 백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순종 임금의) 입은 썩은 조개와 같이 벌어져 다물지 않고,… 알현이 조금 길어지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곁눈질을 한다든지, 연거푸 크게 하품을 하고, 끝내는 글을 읽고 가마귀 소리까지 내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훌륭한 바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틀림없는 백치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은 ‘8월 29일’ 우리의 ‘국치일(國恥日)’을 가장 경계했다. 3월 1일, 6월 10일… 등보다도 8월 29일이 되면 신경을 곤두세웠다. 저항운동이 겁났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은 특별한 주의나 감시가 필요한 ‘위험한 날’을 경찰수첩에 표시했다. 그 ‘위험한 날’이 1년에 180일이나 되었다. 1년의 절반을 ‘위험한 날’로 간주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요주의 첫째 날’은 8월 29일이었다. 일본 경찰은 ‘비상근무’를 하며 8월 29일을 넘기곤 했다.

올해도 ‘광복절 행사’는 요란했지만 ‘국치일 행사’는 ‘별로’인 듯싶어지고 있다. 올해만큼은 일본의 ‘무역보복’을 생각해서라도 좀 눈에 띄는 행사가 있을 법했는데 ‘별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라 곳곳에 ‘기념관’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그 기념관 진열장에는 모자∙가방∙비누 등이 들어 있다고 했다. 나치가 유대인의 피부를 벗겨서 만든 모자와 가방이고, 기름을 짜서 만든 비누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기념관을 꼭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너희가 자라서 나라를 지키지 못하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무언의 교육’이다. 이스라엘은 치욕의 역사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남산 예장자락에 1.7㎞의 ‘국치길’을 조성했다는 정도가 조금 색다른 ‘국치일 소식’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국치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잊으면 안 되는 날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