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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미국의 일본 편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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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미국의 일본 편들기

미국, 일본의 경제전쟁 도발엔 형식적 언급만 되풀이
한국 지소미아 종료엔 “실망했다” 노골적 일본 두둔

지난 2013년 10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소속 80여 민족단체진영 대표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외무, 국방장관 합의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미일안보협의위원회가 발표한 '일본의 유사시 집단자위권 발동'에 대한 합의문은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말하며 파기할 것을 주장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3년 10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소속 80여 민족단체진영 대표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외무, 국방장관 합의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미일안보협의위원회가 발표한 '일본의 유사시 집단자위권 발동'에 대한 합의문은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말하며 파기할 것을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가쓰라·태프트밀약은 1905년 미국과 일본이 짜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호권을 인정해주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통치상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흉계였다.

일본은 이 밀약을 맺은 후 을사늑약을 강요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했다. 미국은 묵인했고 일본은 조선반도 식민침략을 본격화, 우리 민족에게 36년간 온갖 고통을 안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 문제를 제외,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제공했다. 지금까지도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는 궤변을 배설하는 배경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미국놈 믿지말고 러시아놈에게 속지말자. 일본놈 다시 온다. 조선사람아 조심하자”라는 노래가 민중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고 한다. 역사의 선견지명일까. 현재 한반도 상황을 이보다 더 잘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촉발시킨 화이트리스트 제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독도방어훈련 등 일련의 사태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 ‘미국놈 믿지 말자’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미국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에 대해서는 형식적 언급만 하더니 최근 태도를 바꿔 본격적으로 일본 편들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서 실망했다는 등 주권국가 한국으로서는 듣기 거북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분명히 일본이 먼저 한국을 안보 우방국이 아니라고 한 것에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던 미국이다. 아니 사실상 침묵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를 보면 미·일이 또 제2의 가쓰라·태프트밀약을 맺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일본놈 다시 온다’는 말은 더 섬뜩하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며 극우국가로 치닫고 있다. 아베의 극우정권은 이제 국제사회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식민지배가 조선을 발전시겼다는 궤변을 공개적으로 내뱉는다. 또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겠다며 광기를 뿜어내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에 일본이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은 자국의 안보위협 때문이 아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한반도 진출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아베는 정한론 신봉자다.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이 누구인가? 요시다 쇼인은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일본 우익들의 정신적 지주다. 요시다 쇼인은 국수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로 조선을 침략하고 합병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런 전쟁광 요시다 쇼인을 아베는 대놓고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지소미아 종료에 일본이 당혹해 하는 진정한 이유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 합법적으로는 막혔기 때문이다. 지소미아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군사협정 이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당혹감과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엄혹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아베의 편을 들고 싶어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베의 도발에는 침묵하며 문재인 정부가 안보 자해행위를 했다고 혹세무민하는 정치세력부터 일본 극우세력의 돈을 받아 유엔 무대에서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학자까지 한국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사람아 조심하자’는 이 노랫말이 2019년 오늘에도 어색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