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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월급쟁이의 점심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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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월급쟁이의 점심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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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서울 소공동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스탠딩 바’를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혼밥족’을 겨냥한 식당이다. 글자 그대로 테이블에 앉을 필요도 없이 ‘스탠딩’하면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매장이다. 물론,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의 위치가 시간에 쫓기는 회사원이 많은 오피스 상권이라는 점과 눈치 보지 않고 혼자서 밥을 즐기는 혼밥 문화를 고려해 스탠딩 바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월급쟁이들은 점심값이 껄끄럽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중음식 가격은 치솟고 있는 반면, 월급은 ‘쥐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직장인 1380명을 대상으로 점심값을 설문한 결과, 평균 611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의 6230원보다 2%가 줄어든 것이다.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은 2015년 6566원→ 2016년 6370원→ 2017년 6100원→ 2018년 6230원→ 올해 6110원으로 ‘주머니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구내식당을 찾거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월급쟁이의 형편을 고려한 ‘상술’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혼밥’은 혼자서 먹는 밥이다. 혼자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때보다 대화와 소통이 아무래도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몇 해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오유진 박사가 ‘1인 가구 증가 양상 및 혼자 식사의 영양’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475명을 대상으로 ‘혼자 식사하는 이유와 문제점’ 등을 설문했더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밥을 혼자 먹고 있다고 했다.

50대 직장인의 경우, 그 비율이 37.9%나 되었다고 했다. 밥을 혼자 먹으면서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할 수는 없을 노릇이다.
밥을 혼자 먹는 ‘혼밥족’뿐 아니라 술도 혼자 마시는 ‘혼술족’까지 생기고 있다. 퇴근 후의 ‘회식 자리’가 싫다는 직장인도 적지 않아지고 있다. 밥도 술도 ‘혼자서’ 해결하면서 대화와 소통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카톡’이나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퇴근 후에는 특히 그렇다. 일과 가정은 함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면 직장생활이 삭막해질 수 있다. 무슨 현안이 생겨도 풀어나가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쌓이면 조직의 발전이 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혼밥’, ‘혼술’은 가뜩이나 어려운 음식점을 더욱 빨리 문 닫도록 부채질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혼밥’과 ‘혼술’이 대세라고 한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