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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 vs 매콤함”…식음료업계, 흑당·마라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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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 vs 매콤함”…식음료업계, 흑당·마라 격돌

‘과식은 금물’…당뇨병·비만과 치매 우려도 제기돼

편의점 CU에서 고객들이 흑당을 재료로 사용한 음료 제품을 마시고 있다. 사진=CU이미지 확대보기
편의점 CU에서 고객들이 흑당을 재료로 사용한 음료 제품을 마시고 있다. 사진=CU
온라인용 “달달함이냐? 매콤함이냐?”

최근 식음료업계가 흑당과 마라 등 중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양극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초 대만의 흑당 버블티 브랜드가 국내에 입점 되면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흑당을 활용한 제품은 음료가 많고 마라는 음식류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낵류는 흑당과 마라를 동시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흑당은 사탕수수와 사탕무의 즙을 가열해 검은 빛깔이 될 때까지 졸인 것으로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건강한 단맛’이라고 알려지면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사람들이 올린 흑당 버블티 해시태그의 게시물만 6만 건에 달했다.

이후 커피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식품업계가 앞다퉈 이를 활용한 제품을 내놨다. 편의점 업체는 물론이고 대형마트들까지 가세했다. 제과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무슨 음식이든 과용·과식은 독이 된다. 최근 비자시민모임이 서울시와 흑당음료의 당류 함량을 검사한 결과, 한 컵 평균 당류는 1일 기준치의 41.6%이고, 최대 57.1%까지 조사됐다. 여름철 많이 찾는 생과일주스 당류 함량도 평균 30.8%로 나타났다. 흑당음료 1컵에 각설탕(3g) 약 14개 분량의 당류가 함유된 것이다. 당뇨병이나 비만의 원인이 된다.

(좌측부터 시계 방향) 돈치킨, 세븐일레븐, CU, 해태, 오리온, 걸작떡볶이.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좌측부터 시계 방향) 돈치킨, 세븐일레븐, CU, 해태, 오리온, 걸작떡볶이. 사진=각사


마라도 올해 식품업계 최대의 화두다.
마라는 중국 사천 지방에서 즐겨 먹는 전통 향신료다. 팔각·정향·회향 등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재료가 들어 있어 얼얼한 맛을 낸다. 핵심 향신료는 초피로 중국에서 매운 맛의 대명사인 쓰촨 요리에 빠지지 않는다.

‘저릴 마(痲)’와 ‘매울 랄(辣)’을 쓰는 만큼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의미하는 마라는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주인공 장첸(윤계상 분)이 서울 구로구 차이나타운에서 마라 가재요리 ‘마라롱샤’를 먹는 장면이 마라를 알린 중요한 계기였다는 게 외식업계 평가다.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중식 전문점이 많아진 것도 배경이다.

전통의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같은 중국요리뿐만 아니라 치킨·피자·소시지·라면 등 같은 다양한 제품으로 소개되면서 유통계를 휩쓸고 있다. 원래 매운맛을 즐겼던 한국인들이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매운맛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식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마라’와 각종 야채, 고기 등을 함께 끓이는 마라탕 재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배 이상(9502%) 큰 폭으로 늘었다. ‘마라’를 넣고 볶는 ‘마라샹궈’ 관련 재료도 41배 이상(4011%) 판매가 증가했다.

그러나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카타르대학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공동 연구진이 55세 이상 중국인 성인 4500명으로부터 15년 동안 취합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추를 하루 50g 이상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이들의 경우 인지능력 저하 속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높았다.

국제 영양학 저널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최근 실린 연구결과에서 특이한 것은 마른 체형일수록 기억력과 인지능력 저하가 더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번 실험이 단지 마라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관계 건강을 증진시키지만 과용은 뇌 건강에는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마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연구진은 매운 음식에 푹 빠진 사람들 가운데 마른 체형 혹은 평균 몸무게를 지닌 이들이 과체중인 사람들보다 인지능력 저하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