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슈 24] 홍콩시민들 당국 시위진압 ‘소모전’서 ‘섬멸전’ 태도 급변 ‘백색테러’ 우려 고조

공유
0

[글로벌-이슈 24] 홍콩시민들 당국 시위진압 ‘소모전’서 ‘섬멸전’ 태도 급변 ‘백색테러’ 우려 고조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 조례개정 반대운동이 아무래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듯하다. 홍콩정부가 반대파 세력에 대한 대응방침을 ‘소모전’에서 ‘섬멸전’으로 바꾼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드러난 것이 8월30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반대파 중심인물의 무더기 적발이다. 정당 ‘데모시스트’에 소속된 ‘우산운동’의 리더로 활약한 조슈아 웡(黃之鋒)씨와 아그네스 쵸우(周庭) 등 지명도가 높은 리더 격의 인물이 같은 날 홍콩 각지에서 일제히 체포되었다.

'소모전'에서 '섬멸전'으로 태도가 급변한 홍콩경찰의 시위진압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소모전'에서 '섬멸전'으로 태도가 급변한 홍콩경찰의 시위진압 모습.

■ 홍콩을 뒤덮는 ‘백색테러’의 그림자

홍콩에서는 지금 ‘백색공포(테러)’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백색테러’는 당국이 반대자에 대해 폭력이나 법률을 사용해 탄압을 자행하는 것을 지칭한다. 1950년 전후부터 계엄령 하의 대만에서 국민당에 의한 전개된 가혹한 정치적 탄압을 평하는 말로 유명하게 됐다. 지금 홍콩의 반대파가 염려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어(死語)로 생각되었던 ‘백색테러’의 어두운 그림자가 홍콩을 덮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정부와 경찰의 새로운 전략은 허가받지 않은 시위를 벌이는 참가자를 가능한 한 많이 체포해 폭동죄 등으로 기소하는 것과, 영향력이 있는 리더 격의 사람들을 다양한 혐의를 만들어 체포·기소함으로써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송두리째 ‘섬멸’하는 형태로 운동 그 자체의 모멘텀의 싹을 잘라 버리려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소모전’은 전력이 뛰어난 측이 전력에 떨어지는 측을 승리와 패배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끌고 감으로써 점차 피폐화시켜 최종적으로 승리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의 ‘우산운동’에서 홍콩정부는 이 방식을 채용해 운동을 최종적으로는 수습한 바 있다.

이번에도 당초 이 ‘소모전’ 방침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시위가 반복되면서 참가자들의 의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7월 말부터 8월까지 경찰은 시위참가자의 체포자를 급증시키고 있다. 시위의 선두에 서서 경찰의 최루탄을 맞는 운동가는 수천 명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들을 전부 체포하면 운동은 종결된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 8월3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체포된 조슈아웡(왼쪽)과 아그네스 초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3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체포된 조슈아웡(왼쪽)과 아그네스 초우.

■ 혐의가 다른 사람을 같은 날 체포한 까닭은?

체포된 사람들의 혐의는 단일하지 않다. 홍콩 경찰은 일련의 체포행동이 계획적으로 동일 시간에 실시되었음을 회견에서 부인하고 있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법률을 동원해 단기간에 이들에게 중대한 타격을 주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각각 혐의가 다른 사람들을 같은 날 체포한다는 것은 사전계획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 씨는 지난 6월21일 완쯔지구 경찰본부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둘러싼 시위에서 허가받지 않은 집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중을 선동했다는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시위참가는 웹의 요청에 근거하고 있으며 자연발생적으로 참가한 두 사람의 모습은 볼 수 있었으나, 특히 튀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날 밤의 참가자도 수만 명에 이르고 있어 분명히 두 사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파의 입법회 의원도 3명이 체포됐다. 민주파의 아우 녹힌(區諾軒), 공민당의 제레미 탐(譚文豪), 열혈공민의 청충타이(鄭松泰) 등이다. 아우와 탐 의원은 7월7일 밤 항의행동을 단속하는 경찰을 방해한 혐의. 청 씨는 7월1일의 시위 참가자의 입법회 진입 때 스스로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용무파(勇武派)로 불리는 거리에서 경찰과 대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지도자로 지목되는 홍콩 민족당 앤디 찬(陳浩天)은 전날 홍콩국제공항에서 출발하려다 체포됐다. 그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 밖에도 몇 명의 반대파가 체포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31일 보통선거를 요구한 '우산운동'때의 시위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4년 8월31일 보통선거를 요구한 '우산운동'때의 시위 모습.


■ 굴욕의 대명사 ‘831’ 숫자 피하고 싶었던 당국

8월31일은 1인1표의 ‘보통선거’를 인정하지 않는 2014년 전국 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이 이뤄진 날로, 홍콩인들에겐 ‘우산운동’의 계기가 된 치욕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831’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고 있다. 그 날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홍콩정부는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번 반대운동은 ‘리더 없는 운동’으로 꼽힌다. 체포된 사람들은 확실히 리더 격이지만 개별적 항의행동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운동에는 특정의 지도자나 지도부는 없고, 웹에서의 기입 등을 통해서 다음의 행동을 결정해 가는 ‘아메바’적인 조직구조가 특징으로 당국의 단속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 얕볼 수 없는 지명도 높은 인사들의 발신력

한편 홍콩내부나 국제사회에의 정보발신이나 의견표명에는 역시 이러한 지명인의 존재는 빠뜨릴 수 없다. 항의행동의 대변자로서 예를 들면 구미 미디어에는 영어를 잘하는 조슈아 웡이 있고, 일본 미디어에는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아그네스 초우가 맞는 형태로, 각각이 시위참가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역할을 완수해 왔다.

그 발신력은 얕볼 수 없는 것으로 특히 홍콩경제의 명운을 쥐고 있는 ‘홍콩정책법’을 제어할 수 있는 미 의회의 자세는 영어 미디어의 보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 까닭에 이들의 체포는 정보원을 끊고 운동 측의 사기를 꺾는 목적이 있었다고 봐도 좋다. 중국 정부가 ‘흑막’으로 지목하는 미국과 연결고리를 끊는 것을 당국이 중시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 등 체포된 일부 사람들은 석방되었지만, 형사사건 피고로서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야간 외출금지 등 행동이 제한된다. 해외 도항도 할 수 없게 된다. 체포된 입법회 의원은 향후 의원자격 등도 추궁당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체포자도 포함해 향후 언동이 상당히 제약되는 것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31일 시위에서는 여전히 경찰의 가차 없는 체포 행동이 진행되면서 수십~수백 명 정도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의 체포자는 합계 1,000명에 달한다고 하는 보도도 있다. 민주파에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들의 행동의 자유를 빼앗으면서, 경찰과 대결하는 실행부대를 맨 끝부터 체포해 가는 스탠스다. 경찰 측의 폭력의 강도는 분명히 강해지고 있다. 31일 무저항의 시위자를 다수가 둘러싸고 구타하고 제지의 간청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영상은 경찰을 시민의 편으로 여겨온 홍콩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최근 중국언론은 한창 홍콩의 민주파의 상징적 인물인 일간지 빈과일보(蘋果日報)의 지미 라이(黎智英)회장과 홍콩정부 전 정무국 사장 안슨 찬 (陳方安生), 마틴 리추밍(李柱銘)전 민주당 수석, 알버트 호(何俊仁)민주당 부주석 등을 ‘홍콩에 화를 초래한 4인방’으로 몰아붙이고 활발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전면적으로 시위 측에 서서 보도를 하고 있는 빈과일보 라이 회장은 눈엣 가시며 홍콩 정부가 ‘4인방’에 대한 어떤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이 왜 8월말이라고 하는 타이밍에 일제히 행해졌는가라는 것이다. 중국의 관제 미디어 등에서 최근 일주일간 유화적인 평론이 나오고 있는 것을 가지고 중국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받아들인 분석도 있었지만 그것은 경솔한 판단일 수도 있다.

10월1일의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향해서 ‘백색테러’의 수법도 마다하지 않는 가차 없는 탄압이 앞으로도 전개될 가능성은 높다. 리더들이라고 하는 ‘입’과 실행 팀이라고 하는 ‘손발’이 잘려 나가는 가운데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대항책을 생각하는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 온 홍콩의 항의시위가 지금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