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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임금님, 엿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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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임금님, 엿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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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 성종 임금은 술을 즐기고, ‘걸 헌팅’도 좋아했다. 밤에 사복차림으로 대궐을 빠져나와 자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쓸 만한 선비가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발탁하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에도 성종은 ‘민정시찰(?)’을 나섰다. 경호원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따르도록 했다.

광통교에 이르렀을 때, 다리 밑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내려다보니, 어떤 중년 사내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성종은 호기심이 생겨서 밑으로 내려가 말을 나눴다.

“왜 여기 앉아 있는 것인가?”

“여기서 밤을 새우려고 한다.”

“집이 없는가?”

“집은 경상도 합포(마산)에 있다.”

“그렇다면 주막에 들면 되지 않는가?”
“돈이 없어서 주막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왜 왔나?”

“임금님 만나보러 왔다.”

“왜?”

“임금님이 정치를 올바르게 해서 우리 같은 백성이 배불리 먹고살게 해줬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엿을 고아서 가지고 왔다. 하지만 만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노자가 떨어져서 노숙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 정치를 그렇게 잘하나?”

“백성이 태평성대를 논하며 임금님 만수무강을 빌고 있다.”

“내가 힘 좀 쓰면 혹시 임금을 만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성종은 경호원에게 잠잘 곳을 마련해주라고 슬그머니 지시했다. 다음날 사람을 시켜서 그를 대궐로 불렀다. 성종은 땅바닥에 코를 박고 엎드려서 당황해 하는 중년 사내에게 후한 상을 내려서 돌려보냈다.

성종 임금이 받은 선물은 아마도 반갑고 소중한 것이었다. 돈으로 따지면 몇 푼 안 되는 엿이었지만, 마산에서 서울까지 천리 길을 싸들고 온 선물이었다. 그 엿에는 지도자에 대한 정성이 녹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난데없이 ‘엿 선물’이 몰려드는 곳이 생기고 있다. 대검찰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엿’이 배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민원실의 우편물 보관소에는 윤 총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택배 상자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는 소식이다. 대부분 쌀엿과 생강엿, 가락엿 등 엿이 든 소포다. 택배 상자 겉면에는 ‘엿 많이 드세요’ 등의 글도 적혀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자신에게 엿 택배가 오고 있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나는 호박엿을 좋아하는데 왜 다들 생강엿을 보냈을까” 농담했다는 보도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지자들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윤 총장에게 조롱의 의미를 담아 엿을 보내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옛날에는 임금을 흐뭇하게 해줬던 ‘엿 선물’이 오늘날에는 아주 ‘거시기한’ 의미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