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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상실의 시대…현대사회 부속품 같은 삶, 몸짓으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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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상실의 시대…현대사회 부속품 같은 삶, 몸짓으로 거부

[미래의 한류스타(65)] 이지현(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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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안무의 '1828'
빛의 수레를 끌다 보면/ 헤아릴 틈 없이 계절은 가고/ 바람 탄 노래가 도수를 부른다/ 비릿한 날에도/ 숨은 남녘에서 금빛으로 차오르고/ 음이온 내리는 곳이거나/ 습기 찬 곳에서도/ 열정 데울 청춘이 살아있어/ 나는 물오리처럼 미동하지 않았다/ 계절은 소리로 온다/ 갓 쓰고 천변에 나선 이른 아침/ 밤 지샌 풀벌레들의 찬 기운 터는 노래/ 조금 우직하게/ 조금은 느리게/ 현의 울림을 따라 귀 기울이면/ 눈부시게 찰져오는 이지적 아침 햇살

이지현(李知炫, LEE JI HYUN)은 아버지 이상권, 어머니 배명숙 사이의 남매 중 누나로 신미년 시월 중순 포항에서 태어났다. 흐릿한 기억 속의 어느 날, 포항에도 무용학원이 생기고, 많은 아이들이 유행처럼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지현도 춤을 배우던 수많은 아이 중 하나였다. 지현의 첫 스승은 가족같이 지현을 보다듬어 주고 포항에서 서울로 오도록 이끌어준 신혜경이다. 국립국악중학교 박근숙은 창작 과정과 상상력 창출에 도움을 준 스승이다.
​서울 오도록 이끌어준 건 스승 신혜경
안무작 중 출연하지 않은 작품은 없어
무용수 사소한 움직임에도 개성 강조

이지현 안무의 '깊고 간결하게 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현 안무의 '깊고 간결하게 아'.

이지현 안무의 '나의 죽음에 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현 안무의 '나의 죽음에 관하여'.

부산예고 시절의 이은영은 강인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아이들을 품어주며 춤을 대하는 마음을 알려준 지현의 스승이었다. 이지현은 부산예고 졸업, 동덕여자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학부, 석사를 거쳐 무용융합콘텐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과정 속에 그녀 곁에는 윤수미 교수가 있었다. 윤 교수는 지현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요구하며, 제자가 안무가와 예술가로서 바르게 성장해가도록 많은 과정들을 묵묵히 지지해주는 스승이다.

이지현은 공통적 사안이지만 신작 안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모든 감각들이 굉장히 예민해지는 편이다. 그녀는 안무작 중에 출연하지 않은 작품이 없고, 모든 작품이 그녀에게는 소중하다. 그녀는 아직 성과물이 턱 없이 부족하지만 안무 경험을 쌓으면서 보완해야할 점을 배우고 다음 작품을 할 때에는 이전보다 성장해있을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지현의 작업은 무용수들의 사소한 움직임에서 부터 감정까지 오롯이 그녀의 독창적인 것으로만 채우려고 한다.

이지현은 취향이 확고하지만 가급적 넓게 모든 것을 품으려고 한다. 춤 외적 취미로 영화감상은 오래된 흑백영화부터 애니메이션, 독립영화에서부터 상업영화의 최신작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두르며, 음악은 클래식부터 힙합까지 모든 장르를 듣는다. 미술작품과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의 대부분의 안무작들은 미술・영상・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시각적 이미지와 의미를 작품의 장면에 삽입하며 그 의미를 구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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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이지현의 주요안무작은 <巫>(무,차세대 안무가 페스티벌, 2014), <나의 죽음에 관하여>(2014), <1828>(DREAM&Vision Dance Festival, 제21회 창무국제무용제, 2015), <죄 없는 자, 이들에게 돌을 던져라>(차세대안무가전 추천작 선정, 2015), <깊고 간결하게 아>(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한국무용제전 소극장 춤 페스티벌, 서울 국제안무페스티벌 SCF2017, 2017), <흉금_앞가슴의 옷깃>(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최초예술지원)선정작, 2018), <열두 달의, 붉은>(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 2018), Dance Festival in Tank 마라톤공연(2018), 프랑스 '페스티벌 아콥스' 참가(2019), <닮은 닳은 인간>(2019) 등이다.

윤수미무용단 단원이며 부산예고 강사인 이지현은 차세대 안무가 페스티벌 연기상 수상, 제23회 무용예술상 포스트 젊은 예술가상 수상, 제22회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 최우수안무가에 선정된 전도유망한 춤꾼이다. 이지현은 신작 <닮은 닳은 인간>을 가장 아끼는 그녀의 출연작이자 안무작으로 꼽는다. 그녀의 인생에서 이 작품은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2019.06.29.-30)에서의 첫 대극장인 아르코예술대극장 작품으로서 금년 ‘Dance Festival in Tank’ 마라톤공연에서는 3인무로 만들어졌다.

취향 확고하지만 모든 것 품으려 노력
음악 클래식부터 힙합까지 모두 들어
미술·영상
·사진 등에서 얻은 영감
작품 장면에 삽입 의ㅣ 구현 위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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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이지현, 슬럼프가 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계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그녀의 생활에다가 평소보다 더 좋은 영화, 책, 음악, 글 메모 등으로 채운다. 그녀는 아직도 슬럼프가 오면 완벽하게 처리하는데 조율이 서투르고, 힘들어하는 편이다. 이지현은 오랫동안 지금처럼 춤추고 창작하고 싶어 하지만 정형은 없다. 이지현의 모든 출연작들은 늘 주제가 비슷하다. 인관관계에 대한 감정 표현은 작품마다 상이한 방법과 독창성을 견지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지현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동덕여대에 입학하고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윤수미 교수가 부임하고 나서부터 지현은 새로운 움직임과 안무법에 관심을 보였으며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지금까지 학교에 남아있다. 시간이 흐른 뒤, 이지현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학생들에게 “치열한 입시가 끝난 뒤, 어떤 결과물을 보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또 하나의 과정이다. 좋은 학교라고 기준이 명확히 나와 있지만, 최선을 다하되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과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안다면 그것을 펼칠 수 있는 학교가 좋은 학교이며, 자신이 목표로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즐겨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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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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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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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안무의 '닮은 닳은 인간'.

이지현, 과거와는 다른 ‘변신’으로 시대를 조망하는 한국창작 춤꾼이자 안무가이다. 자신의 대표작 <닮은 닳은 인간>에서처럼 동시대의 경쟁과 충돌 속에서 정해진 역할로 사회의 부속품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것, 인간성 상실을 거부한다. 이지현은 ‘발 빠른 것이 벌레인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으니 나는 다시 한 번 잠들어 보겠다.’는 풍자의 맛을 즐긴다. 인성을 바탕으로 신앙처럼 차근차근 춤의 내공을 쌓아 올라가는 모습은 미래의 한류스타로서 부족함이 없다. 인생살이가 늘 기쁠 수는 없겠지만 고민을 나눠가질 벗들과는 늘 행복하길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