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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마이동풍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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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마이동풍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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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왕십이(王十二)라는 친구가 보내온 편지였다.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라는 게 없던 시절이라 편지였다.

편지에는 시 한 수가 담겨 있었다. ‘한야독작유회(寒夜獨酌有懷)’라는 제목의 시였다. ‘추운 밤에 혼자 앉아서 술을 홀짝거리다가 문득 친구가 떠올라서 쓴 시’였다.

친구는 편지에서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글자판’을 때릴 수 없어서 붓을 꾹꾹 찍어 누르고 있었다.

이백 역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술친구가 간절했다. 즉석에서 그리움 가득한 답장을 썼다.

제목은 ‘답왕십이 한야독작유회(答王十二 寒夜獨酌有懷)’였다. ‘왕십이의 한야독작유회에 대한 대답’이라는 글이었다.
“술이나 마시며 울분을 씻어버리세. 자네처럼 고결한 시인은 지금 세상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법이라네. 지금은 투계(鬪鷄) 기술이 뛰어나야 임금의 사랑을 받는 세상일세. 아니면, 오랑캐의 침입을 막아 공이라도 세워야 권력을 얻어서 행세할 수 있는 세상 아닌가. 물론, 자네와 나는 그런 방법으로 출세하는 사람들의 흉내조차 낼 재간이 없네. 우리는 단지 시나 쓰는 글쟁이일 뿐일세….”

이백은 그러면서, “세인문차개도두(世人聞此皆掉頭), 유여동풍사마이(有如東風射馬耳)”라고 적었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세상 사람들은 마치 봄바람이 말의 귀를 스쳐 지나가듯 머리를 돌리며 흘려버리고 만다’는 얘기였다.

이백은 이렇게 ‘마이동풍(馬耳東風)’을 논하고 있었다. 이백이 읊을 당시의 ‘마이동풍’은 권력이나 출세 따위와는 관계가 없는 ‘마이동풍’이었다.

그렇지만 말은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는 ‘마이동풍’이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정치의 마이동풍’은 반대 정당은 물론이고 국민 여론에도 귀를 닫는 경우가 적지 않아지고 있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을 보면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이 확인 안 됐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 하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합리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무위원’이라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의혹이 있으면 일단 임명을 보류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았을 만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임명 강행으로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이 22명으로 늘어났다는 보도다. 박근혜 정부 때는 10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벌써 22명이다. 그만큼 귀를 닫는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폭풍’이 간단치 않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정치가 또 잡으면,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의 한숨은 거기에 정비례할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