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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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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박희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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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정부는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연구기관 등은 디플레이션 공포를 걱정한다. 우리가 직면한 디플레이션 공포는 국내 요인에다 대외 요인이 겹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걱정의 골은 더 깊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해서 0%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저성장 속 저물가 현상이라고 한다. 생산·소비·투자·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여서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까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의 목소리가 커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요가 위축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에 우리 경제가 빠져 있다고 평가한다. 후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판단’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침체(-0.4%)에 따른 기저효과의 용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경기 회복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재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성장률이 상반기 1.9%에서 하반기 2.3%로 다소 상승하겠지만 체감상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낮은 성장률은 결코 낯선 수치는 아니다. 이미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2%를 턱걸이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심지어 외국 투자은행은 1%대를 점치기도 한다.

저물가 역시 생소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누계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5%를 타나냈다. 이는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1%를 밑돌다가 지난달엔 마이너스 0.038%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 조금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연간으론 0%대 초중반에 머물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플레이션은 경제엔 독약과 같다.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지출을 더 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가 급증한다. 생산자는 이에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경제는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는 하향 소용돌이에 끝없이 휘말린다.

벗어나는 방법은 물가를 올리는 일이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교수는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한 과감한 조치를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미 정부는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발표했고 내년도 예산안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돈만 풀면 다 해결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정부가 손을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는 임시 처방전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 하락은 인구감소, 투자와 소비부진 등 국내 요인 탓도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의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내수의 불씨를 끈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많은 이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반(反)기업 정책 등을 꼽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보완과 수정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정치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재정확장은 자칫 국가부채 증가와 이에 따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폭발력을 갖고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가 넘었다고 하나 안심할 수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방화벽을 든든히 쌓는 것은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인프라 시장에 우리 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거들어야 한다. 우리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미국의 투자 요구도 들어주는 방안이다. 대미외교가 절실한 이유다. 한미관계 개선은 남북평화 경제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미국의 도움 없이 남북관계 개선은 한 치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는 잘 알 것이다. 디플레이션 공포, 우려를 불식시키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정치력과 외교력 발휘에 기대를 걸어본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