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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가 말하는 자동차 이슈] “마이너 3사 위기, 안정적 노사 관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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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가 말하는 자동차 이슈] “마이너 3사 위기, 안정적 노사 관계 시급”

김필수 교수.
김필수 교수.
올해 들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실적이 개선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이유로 국산차 산업도 지난 3년간 전년대비 역성장을 극복하고 소폭(0.7%) 이지만 성장세로 돌아섰다.

다만, 현대기아차 등 상위 업체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하위 업체의 성장세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산차 산업이 절름발이 형태의 기형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 학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를 10일 만나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올해 현대기아차의 실적인 좋은데요.
▲ 국내 판매의 경우 현대차가 지난해(4.7%)에 이어 성장세(5.1%)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고, 기아차는 전년 성장세(1.9%)에서 역성장(7.1%)으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수출에서는 현대차가 상승 폭을 여전히 확대(3.3%→7.5%)하고 있고, 기아차는 전년 마이너스(4.9%) 성장을 올해 상승세(6.5%)로 돌렸습니다.
수출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전체 판매가 6.4%, 1.3% 각각 늘었습니다.

- 현대기아차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느낌인데요.

▲ 맞습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대 초 시장점유율이 81%에 약간 모자랄 정도로 잘 나갔는데, 이후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2016년에는 73%대로 점유율이 하락했습니다.
올해 1∼8월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점유율이 정확히 81%인 점을 감안하면 절정기를 맞은 셈이죠.

- 어떤 요인이 이 같은 성장에 힘을 보탰나요.

▲ 양사 공히 다양한 신차를 투입한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중요한 요소는 국내 고객이 신차 구입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성비’가 좋은 신차가 많았던 거고요.
현대차는 지난해 말 펠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올해 신형 쏘나타, 베뉴 등을, 기아차 역시 신형 K7과 모하비, 셀토스 등 다양한 신차를 출시했습니다.
최근 대세로 자리한 전기차도 현대차 코나 전기차는 시장점유율 80%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대차는 제네시스라는 고급브랜드로 6종의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을 내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 향후 성장 역시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기아차도 인기 승합차 카니발을 내년에는 최고급 사양으로 선보일 예정이고요.

- 현대기아차가 가성비 구성에서 경쟁사와 큰 차이를 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 바로 보셨습니다. 현대기아차아 안정되고 입증된 차량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을 개척한다면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됩니다.

- 결국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마이너 3사가 걸림돌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 같은데요.

▲ 맞습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3사의 성적표가 초라해 국산차의 2강 3약 체제가 더욱 고착화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기아차, 마이너 3사, 수입차 업계가 견제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말입니다.

- 현재 마이너 3사의 내수 판매는 심각한 지경인데요. 조만간 수입차 판매가 앞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네, 수입차 업계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1∼8월 한국에서 4만7201대를 팔았는데요. 같은 기간 한국GM은 4만8773대 판매로 벤츠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 앞으로는 역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 글쎄요. 한국GM 노동조합이 내달 파업을 예고한 상태라, 생산이 중단될 경우 역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한국GM은 최근 수출이 살아나는 게 위안입니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4조원이 넘는 적자로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등을 실시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공적자금 8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9조 원이 넘는 돈이 한국GM의 회생에 투입됐습니다만, 한국GM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인 분리와 창원 공장 1교대 실시, 한국수입차산업협회(KAIDA) 가입 등 오히려 회사 정상화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죠?

- 반면, 창원 도색공장 진행이나 아시아태평양 본부 이전 등 바람직한 면도 보였는데요.

▲ 문제는 안정화된 노사구조의 정착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 인상 등 무리한 요구와 함께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서 입니다.
현재 모기업에서도 한국GM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큰 만큼 이번 노조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향후 회사 상황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군산공장의 경우 판매 감소와 생산성 하락, 구조조정이라는 수순을 밟았죠. 군산공장은 전체 생산 능력의 30% 미만을 생산하면서 폐쇄됐습니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창원이나 부평공장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 GM의 한국 철수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 모기업이 한국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서네요.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토종 기업이든 외국계 기업이든 노사 안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결국 한국GM 노조가 제 발등을 찍는 것 같은데요.

▲ 그렇죠.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임직원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등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 중입니다. 내부적으로 고민은 많고, 국내 시장 활성화는 요원해 지고 있기 때문이죠?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년간 부분 파업 등을 펼치면서 부산공장은 닛산 신형 로그 등 생산 물량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여기에 고객 불안과 외면, 이로 인한 판매 감소 등 그 후유증을 르노삼성 노조가 지금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판매 감소가 30%에 육박하게 된 원인입니다.
르노삼성의 문제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차종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차량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마스터 등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세단과 이를 뒷받침 하는 신형 SUV가 있어야 하며, 현대기아차를 넘어서는 가성비 좋은 신차가 나와야 합니다.
완성차 업체에 우수한 신차가 없으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르노삼성이 임직원 축소 등 고정비를 줄여 새롭게 무장하려고 하고 있지만, 고민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 쌍용차 국내 판매는 소폭 성장하고 있지만, 수출이 크게 감소해 역시 문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 쌍용차의 경우 국산차 업체 가운데 라인업도 가장 적고, 그것도 SUV에 치중돼 있습니다. 아울러 경쟁력이 없는 디젤 엔진에 집중하다 보니 미래를 위한 준비도 약한 편이고요.
쌍용차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자동차로 편입, 200년대 후반 중국 상하이차와 결별, 2010년대 초 인도 마힌드라와 합병 등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심각한 노사분규가 진행된 큰 아픔을 가진 회사입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와 결별 이후 안정된 노사가 가장 큰 이점이라 할 수 있지만, 최근 선보인 코란도 등 신차의 인기가 시들해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결국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판매가 감소하면 생산이 줄고, 이는 구조조정으로 나타납니다.
정부가 완성차 업체에 친환경차량 의무 판매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 쌍용차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국산차 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친환경차 준비가 미약하기 때문이죠.

- 고민은 많아지고, 준비를 위해서는 시간과 재정과 능력의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마이너 3사의 가장 중요한 공동 필수요소는 노사 안정입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노조도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게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기본일 것입니다.
현대차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면서 8년 만에 무분규로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을 이달 초 마무리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마이너 3사의 분발과 안정된 노사 관계를 촉구합니다. 노사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의 중재 역할도 중요한 때입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