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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 유료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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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 유료화 통할까

삼성증권 등 리서치 자료판매 등 업무등록
무료관행 걸림돌, 특화보고서로 차별화

최근 증권사들이 리서치자료판매 등을 신규부수업무로 등록하며 리서치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사진=글로벌 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증권사들이 리서치자료판매 등을 신규부수업무로 등록하며 리서치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사진=글로벌 이코노믹 DB
증권사들이 리서치 유료화를 저울질하며 그 성공여부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리서치에 대한 공짜인식이 팽배한데다, 리서치부서가 구조상 후방지원 업무에 맴돌아 리서치 유료화가 자리잡기 쉽지않다는 비관론이 앞선다.

◇메리츠종금증권 업계 최초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게 리포트 유료제공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까?" 증권사가 리서치 유료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당국에 조사분석자료 판매업무등록에 나서며 리서치 유료화를 단행할지 관심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지난달 23일 금융감독원에 '리서치 자료 판매와 시장전망, 기업산업 분석 등 컨설팅 서비스 제공 업무'를 신규 부수업무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조사분석자료를 판매하거나 기업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뒤 댓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리서치자료판매 등 부수업무 등록은 삼성증권이 처음은 아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 1월 '증권의 가치분석 등에 관한 정보를 판매하는 업무'를, KB증권은 지난 7월 '증권 가치분석 등 조사분석자료를 판매하는 업무'를 등록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KB증권의 경우 리서치유료화에 대비하기 위해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올초 리서치 전용 웹페이지인 ‘KB리서치’를 오픈했다. 기존에 리서치자료를 ‘파일 다운로드’ 형태로 받았으나 KB리서치 오픈을 계기로 ‘뷰어’ 형태로 보도록 방식을 바꿨다. 이 리서치자료는 KB증권 고객 혹은 임직원 아이디로 로그인해야 열람할 수 있다. 기존 포털 사이트 등에 무료로 게재하던 리포트도 더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리서치 유료화의 호재도 있다. 바로 유럽에서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II의 시행이다. MIFID II란 유럽연합(EU)에서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금융규제법안을 뜻한다. 여기에 리포트 유료 판매와 관련된 부분은 기관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증권사 등에 리서치 이용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게 관계자는 "이 규제를 적용받는 유럽계 운용사는 리서치수수료를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며 "메리츠종금증권도 제휴대상이 유럽계 자산운용사여서 이 규정에 따라 리서치 보수를 따로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식세일즈 지원, 구조 한계…제도마련 필요


업계에서 리서치 유료화와 관련 토대가 마련됐으나 유료화까지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무엇보다 리서치와 관련해서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혔기 때문이다.

리서치 본래의 업무는 투자대상기업을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투자판단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경우 대부분 이런 역할보다 기관주문이나 주식세일즈를 지원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리서치의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자의 경우 증권사 법인영업부서에서 주문을 위탁받아 매매가 이뤄진다. 이때 기업분석리포트는 기관투자자에게 서비스차원에서 공짜로 제공된다.

현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애널리스트는 "법인영업부서 직원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설명회 등 비공식 영업활동도 병행한다"며 “매도리포트가 드문 것도 기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서치가 절반은 분석이고 나머지 반은 영업지원인 비정상 형태로 업무가 이뤄져 리서치역할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가 바뀌지 않는한 리서치 유료화는 찻잔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다.

다른 리서치부서 관계자는 “리서치유료화는 애널리스트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며 “매도리포트가 없어 투자자의 불신이 쌓인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유럽처럼 리서치자료비용을 별도로 받도록 제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리서치 유료화가 본격화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리서치 유료화가 단행되면 애널리스트들도 질높은 보고서를 내놓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며 "매도의견 등 차별화된 리포트도 많아지며 외부에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리서치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