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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통령의 택배 기사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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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통령의 택배 기사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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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택배=자료사진


‘서유견문(西遊見聞)’을 쓴 유길준(兪吉濬·1856∼1914)은 직업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심지(心智)로 사(事)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근력(筋力)으로 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용어로 직업을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으로 나눈 것이다.

유길준은 그러면서 ‘직업론’을 폈다.

“금장(金章) 찬란한 예복을 신(身)에 두르고 정분에 앉아 있는 고관이나, 해진 의(衣)에 지게를 지고 있는 노동자나 거기에 신분적인 귀천이나 직업의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직업의 상위(相違)가 있을 뿐 모두 거룩하다.”

직업은 물론이고 신분에도 ‘귀천’이 없다고 역설한 것이다. 유길준은 벌써 100년도 더 전에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21세기인 지금은 당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대신 ‘힘든 직업’이 생겼다. 그 가운데 하나가 ‘택배 노동’일 것이다.

지난 6일 충남 아산우체국의 별정직 집배원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배노조는 “평소보다 4배나 많아진 추석 택배 물량 때문에 가족 도움으로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집배노조는 “매년 명절 물량 증가를 예상하면서도 인력 충원 없이 집배원에게 야간배달과 주말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올해만 집배원 12명이 사망했다”고 호소했다.

아르바이트생도 ‘택배 상하차’ 알바를 가장 힘들어한다는 알바몬의 조사가 있었다. 지난 5월 알바생 164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는 알바생 가운데 87.1%가 근무 강도를 높다고 털어놓고 있었다. 전체 알바의 평균 근무 강도보다 36.4% 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라디오 방송에 ‘깜짝 출연’, 택배 기사들을 격려했다는 소식이다. 문 대통령은 택배 기사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택배 기사님들처럼 명절에 더 바쁘게 일해야 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안전을 지켜주는 분들도 있다”며 “그 분들 덕분에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어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격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격려’뿐이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는 문 대통령이다. 개혁까지는 아니더라도, “택배 기사들의 근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힘만 실어줬어도 택배 기사들에게는 ‘커다란 추석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1% 정도 아쉬운 격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