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취향은 말할 것도 없이 달콤한 초콜릿이다. 그러나 그와는 전혀 다른 맵고 신 양념의 소스도 좋아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초콜릿과 매운 양념 가운데 무엇을 더 좋아할까? 당연히 초콜릿이다. 하지만 맵고 신 양념의 소스는 폭발력이 아주 강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게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자치 선거든, 그리고 서로를 힐난하는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든 간에 항상 상대를 비난하는 내용은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거짓도 있고 사실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상대를 비난하는 네거티브 공세가 유권자에게 먹혀 들어간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미국의 시사지 뉴스위크는 한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인간이 가짜 뉴스, 그리고 네거티브를 좋아하는 성향은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의 산물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아닌 외부의 대상과 현상에 대해 믿음을 갖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이다.
미국 에머리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드루 웨스턴(Drew Westen) 박사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면 포식자를 피해 도망을 가거나 포식자와 싸울 기회를 잃게 되어 결국 희생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인류의 역사다.”
부정적인 신호를 늘 갖고 있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는 그런 위험에서 우리를 구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긍정적인 신호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우정, 낭만적인 욕구, 자식과 부모, 그리고 배우자에 대한 사랑 정도다.
사실 우리 마음 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감정들을 들추어내보자. 불신, 경멸, 분노, 증오, 두려움, 불안, 슬픔, 그리고 유감 등이 있다. 뿐만이 아니다. 남을 향한 시기와 질투도 마찬가지다. 또한 누군가를 향해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 감정을 갖는데 익숙해 있다. 적어도 생물학적 차원에서 볼 때 인간은 어떤 다른 동물과도 마찬가지로 천성이 선천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웨슬리언 대학의 에리카 프랭클린 파울러(Erica Franklin Fowler) 정치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두 경쟁자의 지지율이 근소한 차이일 때 1%의 차이는 결정적이라며 네거티브 광고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정치 광고는 급증 추세다. 2008년 파울러의 연구팀은 그 전 해 시작된 수십만 건의 대통령 선거 광고를 분석했다. 이 중 90%가 네거티브를 포함하고 있었다. 대선 후보들의 광고 절반 이상이 정책이 아니라 경쟁자의 부정적 세부 사항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상대가 네거티브로 공격할 때 좋은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아델피 대학의 심리학자 조엘 와인버거(Joel Weinberger)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즉각 반격하는 것”이라며 “가만히 놓아두면 상대 측의 비방 메시지가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유권자의 마음 속에 뚫고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해로운 정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불안한 감정적 존재다. 그를 이용한 가짜 뉴스는 계속 판을 치고있다. 더구나 그 가짜 뉴스를 가려야 할 언론이 가세할 경우 그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