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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시작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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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시작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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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모든 직장인에게는 처음이 있다. 흔히 '신입사원'이라고 불리는 그 시절 말이다. 당신의 그 시작은 어떠했는가? 어떤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가? 처음 합격 통보를 받고 기뻐했던 순간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회사를 향하던 자신의 발검음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처음 회사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던 순간, 처음 월급을 받고 뿌듯했던 순간 등 다양한 순간들이 우리의 처음 그 시작을 가득 메꿨을 것이다. 시작을 묻는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다. 많지는 않아도 특별했던 순간 한 가지는 잘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같이 입사한 동료들을 만나면 신입사원 시절에 겪었던 서로의 에피소드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오고 간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가?'라는 질문을 '어떤 생각들이 기억에 남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신입사원 시절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묻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신입사원 시절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혹은 '내가 나중에 리더가 된다면 저렇게 꼭 행동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인상 깊은 리더의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반대로 '절대 구성원에게는 저렇게 하지 말아 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리더의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묻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성공 경험과 실패 경험을 통해 얻은 나만의 노하우나 교훈은 무엇이었는지를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내가 경험한 과거의 순간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였었는지 구체적으로 물으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답하기를 어려워한다. 특히나 이런 질문에 대한 리더의 답변은 굉장히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이처럼 질문은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는데 왜 더 모호한 답변이 돌아오는 것일까? 단순히 그 사람이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시작을 단지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한 오래된 카메라 회사의 카피문구처럼, 혹은 '적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구체적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글쓰기'를 통해 나의 경험을 물체화하는 것이다. 내가 했던 생각들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 써서 마치 물체처럼 내 앞에 보관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는 다시 그 글에서그때 그 시절의 생각을 꺼내 올 수 있다.

그래서 신입사원 시절 정말 꼭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업무 일지를 작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업무 일지는 내가 오늘 무엇을 했는지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다. 단순한 일기 같은 업무 일지가 아니라 생각을 담은 글을 써야 한다. 내가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써야 한다.

그래야 나의 목표를 향한 성장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성장하는 과정들을 쓰면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사고하고 일해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의 커리어를 쌓아 나가야 하는지 더 잘 계획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훗날 내가 성공했다면 무엇 때문인지 성공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으며, 실패했다면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조언함으로써 구성원들은 실패하지 않도록 돕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물론, 꾸준히 글로 무언가를 정리해서 남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철학자 플라톤은 시작은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시작을 글로 남기는 어려운 일, 하지만 어렵게 가진 만큼 절대 쉽게 버려지지 않을 일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